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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Dec 07. 2022

<콩트가 시작된다>

우리가 꿈에서 멀어지는 법 (스포 주의)


 이번에도 역시 꿈을 향한 청춘들의 예찬 이거겠니 했던 이야기가 어쩐지 회를 거듭할수록 뜻밖으로 흘러간다. 그러더니 급기야 자신들의 꿈을 처음으로 응원해 주었던 이에게서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10년보단 훨씬 힘들 테니까’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세상에, 꿈에서 멀어지라니. 지금껏 어떤 청춘 드라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던가. <콩트가 시작된다>는 그렇게 무명 개그맨들이 10년 동안 꾸었던 꿈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시간을 담담히 그려낸다.     


- 꿈은 좇지 않는 게 나아?

그건 왜?

실패하면 힘들어 보여서

우리는 실패한 게 아냐

그러면 왜 해체해?

시간이 끝났어. 왜 축구에도 시합 시간이 있잖아

하지만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은 계속 시합을 이겨온 사람들?

우리한테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지

졌다는 게 실패했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

정말?

그렇게 말할 것 같으면 어떤 스포츠든 예술이든 1등 외의 사람들은 모두 실패한 게 되잖아

좀 어렵다. 져도 실패한 게 아니라는 건      


- 회가 거듭되어도 맥베스에겐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자랑할만한 술 안줏거리 하나 없이 그들은 그렇게 해체를 맞이한다. 이쯤 되면 마음이 꺾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다음의 10년은 지금까지의 10년과는 완전히 다를 거니까. 훨씬 더 힘들 테니까. 특별한 순간 없이 어느새 멀어져 버린 우리들의 꿈처럼, 그들이 꿈을 꾸었던 시간 역시 그렇게 끝이 난다.      


 어쩌면 정말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들 대부분은 언젠가 마음이 꺾일 것이고, 꿈에서 멀어질 것이다. 우리들만의 작은 무대가 막을 내리고, 주어진 시간이 정말로 다 끝났을 때, 과거가 되어버린 날들을 어떻게 우리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뭐, 당연히 백 명이 봐준다면 당연히 기쁘겠지만, 한 명이 백 번 봐주는 거도 똑같이 기쁜 일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죠. 한 명이 재밌게 봐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힘을 낼 수 있어요. 여기까지 해온 노력이 쓸모없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그래서 고맙습니다.”     


열 개의 콩트가 끝나고 비로소 리호코 선배에게 전하는 하루토의 마음은, 아마도 스스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많이 노력했어. 수고했어. 정말로.      


지난 시간들을 애써 긍정하지도, 애써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주어진 순간들에 최선을 다했고, 그들을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었다는 이 변함없는 사실을 하루토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남은 10년의 시간들과 여전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는 맥베스는 누군가의 말처럼 잘되진 않았지만 사랑받았다. 우리들이 결국엔 다시 일어섰던 것처럼, 맥베스 역시 조금은 달라진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콩트는 다시 시작된다.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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