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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Jul 16. 2021

<바깥은 여름>, 리뷰

'세월' 이후의 서정시에 대하여

- 한 번은 아내가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들고나갔다 십 분 만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내는 사람들이 자길 본다고, 나는 안 그러냐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아내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고, 아이 잃은 사람은 옷을 어떻게 입나, 자식 잃은 사람도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나, 무슨 반찬을 사고 어떤 흥정을 하나 훔쳐본다고 했다. - <입동> 中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가 가능한가라는 사람들의 의문은, 김애란에게선 '세월' 이후에 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기우는 봄 이후에 써진 단편들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절망은, 그녀의 사방을 헤아릴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메우고 있다. 이 거대한 슬픔 앞에서 그녀는 나약한 인간이 되고, 평범한 작가가 된다. 모두가 똑같은 서정敍情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서정시는 불가능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단편집의 마지막에 수록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어쩌면 작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물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상투를 이겨낼 그녀를 다시 기다린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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