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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Jul 16. 2021

<너의 이름은>(2016), 리뷰

신카이 마코토, 그의 무스비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을 수는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인생이, 그지없이 긴 시간이 피할 길도 없이 가로놓여 있었다.’ -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 아련한 그리움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감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초속 5cm의 속도로는 좁혀지지 않는, 열세 살의 소년과 소녀 감당할 수 없는 기나 긴 거리였으며,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전달되기까지 빛의 속도를 빌려서도 8년이 걸리는 아득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 커다란 인생의 벽은 때로는 극복할 수 없는 나이의 차가 되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토록 가까웠던 마음들이었지만 이 물리적 거리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누구도 헤아리지 못하는 가슴 깊은 곳의 상실감.  첫사랑이라고도 불리는 이 애틋한 감정과 그것의 잔상들이 아름다운 색감 속에 물들어 마음을 더 적신다.


신작 <너의 이름은>에서도 이러한 거리감은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축이 된다. 바뀌어 버린 소년과 소녀의 몸은 어느 작품에서보다 주인공들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서로를 그 몸이 속한 시간과 공간으로 구속하는 벽이기도 했다. 이 꿈만 같은 상황들에서 둘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으며, 마치 꿈을 꾼 것 마냥 조금씩 서로를 잊어가고 또 잊혀진다.


무스비. 인간과 인간의 무한한 매듭. 결코 닿을 수는 없지만, 끝내 끊어지지는 않는 이 매듭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것은 어쩌면 <너의 이름은>이 신카이 마코토의 인생과 작품을 이어주는 무스비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황혼의 시간을 설명하는 국어 선생님은 <언어의 정원>의 유키노였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왠지 <초속 5센티미터>의 엔딩과 닮아있다. 도시의 풍경과 거리, 지하철. 하늘과 별. 그리고 비가 내리는 감촉은 어쩐지 전작들과 이어지는 것만 같다.


조금은 루즈했던 초반부의 진행이, 두 번째 보았을 때 오히려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또한 무스비일지도 모르겠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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