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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Candy Jun 15. 2022

지구의 신은 누구일까요

자본주의 헤게모니


지구의 신은 누구일까요


제목은 '지구의 신이 누구일까요' 이지만, 종교적 의미의 신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글입니다. 자본주의를 다룬 가장 유명한 학자들인 막스 베버,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의 논의를 아주 간단하고 쉽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본주의라는 말을 익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이론적 배경들을 파헤쳐보는 일은 머리가 지끈지끈해져서 나중의 과제로 넘겨두고 계셨던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을 통해서 자본주의와 관련된 이론들이나 세련되게 다듬어진 언어들을 접하신 후에,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깊어진다면 좋겠습니다.



헤게모니 (Hegemony)


헤게모니라는 말은 이탈리아 출신의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지가 사용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쉽게 말해 주도권입니다. 또는 어떤 사회를 지배하는 특정한 사고방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재 지구의 헤게모니, 즉 지구를 뒤덮고 지배하는 사고는 무엇일까요? 단연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둘은 힘겨운 싸움을 통해 지구를 차지했습니다. 민주주의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전체주의라는 적과 싸웠고, 자본주의는 냉전 시기 공산주의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결국 둘 모두 승리했지요. 물론 아직 완전한 승리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수많은 독재국가들이 존재하고, 세계 서열 2위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다수의 학자들은 자본주의+민주주의 형제가 잠정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는 듯 합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이제 더 이상 이념 간 대결은 없다는 의미로 '역사의 종언'을 말하며 민주주의의 최종 승리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뒤덮고 있는 헤게모니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데에 동의하시나요? 민주주의는 애매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겁니다. 일상의 많은 문제가 자본(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또 돈으로 권력이나 명예, 심지어 다른 사람의 권리까지 사들이는 경우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럼 자본주의를 둘러싼 이론들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1. 막스 베버(Max Weber)

막스 베버(Max Weber)

첫째로 막스 베버입니다. 베버는 자본주의의 탄생을 설명한 학자입니다. 막스가 말한 자본주의의 탄생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자본주의 정신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근대 자본주의를 태어나게 했다.

대체 어떻게 종교적 이유를 통해서 돈을 모은다는(어려운 말로 자본을 축적한다는) 자본주의 정신이 만들어졌을까요. 베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신에게 구원받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기독교의 영향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독교의 영향력은 서양에서 어마어마했습니다. 신에게 구원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은, 성공해서 큰 돈을 벌고 또 그 번 돈을 사치를 부리며 펑펑 쓰지 않는 삶(어려운 말로 금욕주의적 삶)을 만약 산다면 자신이 미래에 구원받는 인간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내가 만약 성공한 삶을 산다면 그것은 분명 신이 의도한 결과일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자신이 구원받는 인간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자신을 위해 사치스럽게 쓰면 안 되기에 번 만큼 소비하지 않게 됩니다. 즉, 급격한 자본의 축적이 발생합니다. 베버는 이것을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보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제도의 탄생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베버는 자본주의에 대해 암울한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던 자본주의 정신에서, 종교적 의미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오직 물질의 추구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가 했던 유명한 말 하나를 붙이겠습니다. "Specialists without spirit, Sensualists without heart will live until the last tone of coal is burnt". 직역하자면 "영혼 없는 전문가들, 마음 없는 쾌락주의자들이 마지막 석탄이 다 타버릴 때까지 살아있을 것이다" 라는 말입니다. 신의 은총을 느끼려던 종교적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돈을 더 벌자는 마음만 남게 될 것이라고 다소 슬픈 예측을 남겼습니다.



2. 칼 마르크스(Karl Marx)

칼 마르크스(Karl Marx)

둘째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한 학자입니다.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니, 나중에 그의 생애나 저서를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이렇게 규정합니다.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에 의한 노동자계급의 착취일 뿐이다.


그는 자본의 축적은 노동착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마치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듯, 많은 돈이나 공장을 가진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보는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소수에 의해 자본이 축적될수록, 다수의 노동자 계층의 고통은 극심해지고 삶은 피폐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자본주의의 일반법칙으로서 '부익부 빈익빈'을 외친 것이지요. 아주 간단하게 전달했지만, 마르크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 간단한 논리적 추론이나 개인적 추측이 아니라, 화폐와 계급 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얘기를 펼쳐 나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가 되지 못했겠지요. 마르크스의 견해는 아직까지 살아남아서 현재 자본주의의 여럿 문제점들을 조명하는 데에 상당히 유의미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3. 애덤 스미스(Adam Smith)

애덤 스미스(Adam Smith)


마지막 애덤 스미스는 마르크스와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고, 자본주의 이론적 기틀을 정립한 학자입니다. 남을 사랑하거나 존중하는 마음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적 욕망 때문에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논리는 많이 접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는 시장의 한 가지 '위대한 약속'을 제시합니다.


시장은 우리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할 것이다.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시장은 universal opulence(보편적인 풍요로움)을 약속합니다. 시장에서 이익을 보는 자본가뿐만 아니라, 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죠. 그는 인간의 각기 다른 재능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간의 각자 다른 재능이 분업(division of labor)을 낳고, 물물교환 경제가 시작됩니다. 열매를 잘 따는 사람은 열매를 따고,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은 옷을 만들어서 서로 교환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논리를 펼칩니다. 그런데 교환경제에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두 가지 우연이 맞아떨어져야만 교환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첫째로 내가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을 우연히 만나야 하고, 둘째로 그 상대방이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필요로 해야지만 교환이 가능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폐의 개념을 도입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장은 최종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해피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 스미스의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자본주의의 발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한편,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작동에 맡기자는 고전 경제학자들의 논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의 탄생과정을 설명한 막스 베버, 자본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칼 마르크스, 그리고 마르크스와는 정반대로 자본주의를 굳게 믿는 애덤 스미스 세 학자의 논의를 간단히 살펴 보았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마르크스와 스미스의 중간지점으로서 칼 폴라니, 그리고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관련하여 토마 피케티의 견해를 덧붙이고 싶었으나 생략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폴라니와 피케티에 대해서도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글머리에서 언급했듯 감사하게도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생각에 보탬이 된다면 참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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