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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Candy Aug 18. 2022

정체성

정체성이 무엇일까


언젠가 영어를 공부하고 있을 때, 'identity' 라는 단어를 보고 정체성이란 대체 무슨 뜻일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머리에 잘 붙지 않는 단어였습니다. 정체성이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서는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존재의 본질은 정말 변하지 않는 걸까요.


저는 이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내가 나 자신에 대해 하는 모든 생각 혹은 판단으로 정의해보고 싶습니다. 가령 "나는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야", "나는 침착한 사람이야" 처럼 자신의 성격에 대한 스스로의 주관적 판단이 될 수 있겠지요. 또 "나는 안경을 썼어", "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와 같은 객관적 사실도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생각 자체가 곧 정체성인 듯 합니다.


저의 정체성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있지요. 20대 중반의 인간이라는 정체성도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남성과 여성의 젠더에 기반한 갈등을 접할 때 내가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급작스럽게 떠오릅니다. 일본과 축구 경기를 할 때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툭 불거집니다. 뉴스에서 20대를 MZ세대라고 부르는 것을 볼 때 저의 나이와 관련된 정체성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또 어떤 정체성들이 있을까요? 엄마 아빠의 아들이기도 하고, 친동생의 형이기도 하고, 사귀는 사람의 애인이기도 합니다. 친한 친구에게는 친구이고, 가르치는 학생에게는 선생님입니다. 반곱슬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정체성의 일부겠네요. 이렇게 무수히 많은 정체성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인식되는 정체성입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한 사람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그 회사의 소속이라는 사실이 당신에게 상당히 큰 정체성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회사 사장, 직장 동료, 혹은 회사 그 자체라는 다른 존재가 없더라면 당신에게 부여되지 않았을 정체성입니다. 엄마의 아들, 동생의 형, 누군가의 상사, 누군가의 동료 혹은 친구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한 가지 종류는 다른 존재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정체성입니다. 다른 존재와 전혀 관련없이 오롯이 나 하나에 의해서 생겨난 정체성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질문해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이는 굉장히 철학적이면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다른 사람과 무관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사실 다른 사람들의 성격과 내 성격을 비교해서 도출된 결과입니다. 나보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 별로 없으니 스스로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요. 그래서 말 그대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쌓여가는 정체성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정말 몇 개 없습니다. 친족관계나 국적 정도가 전부이지요. 유치원생이 되면, 땡땡 유치원 소속이라는 정체성이 생깁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면, 땡땡 유치원 졸업생 더하기 빵빵 초등학교 학생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이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년 혹은 소녀에게 입혀집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자신의 경험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새로이 누군가를 만나고 또 그만큼 누군가를 떠나보냄에 따라 나의 보잘 것 없는 몸에는 수많은 정체성이 아로새겨집니다. 떠올리면 고통스럽고 슬픈 정체성도 있고, 행복하고 기쁜 것도 있습니다. 선명하게 남아 몇십 년 동안 떠오르는 기억과 정체성도 있고, 불과 몇 일 만에 사라지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저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데, 그 감정을 완전히 담아내는 단어가 없다는 생각이 뒤따라옵니다. 이 감정은 아리송한 것도, 오묘한 것도, 울적한 것도,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경험과 수많은 우연, 또 수많은 집단과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부딪히고 교류하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의 본질 혹은 정체성을 만들고, 또 사라지게 합니다. 한 가지 옳다고 믿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것은 분명 '잘 사는 데에' 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질문을 던져보면 되겠지요. 지금까지 한 번도 비춰 보지 않았던 곳을 유심히 살피면서 말입니다.




얕은 생각이지만 글을 열심히 써볼 테니 구독해주세요.  읽어주시는분들이 한 분 한 분 늘어갈 때마다 정말 뿌듯하더라구요.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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