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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Candy Mar 17. 2023

논리적인 사고란 뭘까(1)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치환해 봅시다. 사는 건 결국 눈앞에 떨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으로 표현해볼 수 있겠습니다. 좁게는 방을 어떻게 정리할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르는 것부터 조금 나아가면 연인과의 다툼, 맡게 된 새로운 프로젝트 모두 문제 상황입니다. 아주 넓게는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와 같은 어려운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역시 문제해결 과정이겠지요.


하루에도 수백 번 마주하게 되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항상 논리적 사고방식이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감정과 직관, 혹은 관성을 통해(하던 대로) 문제를 처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다듬어진 논리적 사고방식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은 대부분 논리적 분석을 요구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Well educated guess(잘 훈련된 추측) 라는 말이 보여주듯 논리적 사고능력이 있는 사람은 '직관' 이나 '감' 도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저는 논리학 전문가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논리적 사고방식에 대해 가르칠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떠한 경험들을 통해 적당한 수준의 논리적인 분석능력은 갖추게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항상 참여했던 토론대회, 고등학생 때 참여했던 캠프, 대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경험. 이 세 가지가 지금의 저를 논리적 사고가 꽤 잘 다듬어져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세 번의 경험에서 제가 겪었던 도약(논리적 사고능력이 한 단계 향상되는) 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쭉 읽어보시면 나름의 영감을 얻게 되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토론


다른 건 몰라도 토론은 진짜 좋아했습니다. 일단 대회에 나가면 매번 우승해서 좋았고,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흥분해서 말을 쏟아내다가도 끝이 나면 서로 존중의 인사를 건네는 어떤 건강한 경쟁의 분위기도 하나의 매력 요소였습니다. 당시 저는 토론을 잘 하는 학생이었는데, 사실 그때 제가 공부했었던 / 사용했었던 것은 오직 상대방 주장에서 논리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자주 보이는 논리의 오류를 소개합니다. 논리적이란 말은 '비논리적이지 않다'는 말과 합치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논리적 오류를 한 번쯤 훑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적은 사례나 특수한 사례를 기반으로 일반원칙을 도출해내는 오류입니다. A사의 OO제품은 성능이 좋아. A사의 XX제품도 성능이 좋아. 그러므로 A사의 모든 제품은 성능이 좋을 거야. 논리의 오류가 자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서,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사례를 모아야 일반화가 가능할 것인가? - 라는 심화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전수조사를 해서 모든 표본을 확인해야만 어떤 진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또 어떤 사안인지에 따라 일반화가 가능한 정도도 다를 것입니다. 일반화란 결국 O.X의 문제라기보다 영역 혹은 스펙트럼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어떤 사례들을 보고 누군가는 일반화를 과감하게 실행하고, 다른 누군가는 판단을 유보합니다. 어느 정도의 표본/사례/통계를 확인한 후에 일반화를 시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곧 가치관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관광지에서 규칙을 어겨서 소란을 피웠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몇 개 보고 중국인들은 자기 멋대로라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직접 눈으로 관광지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해야지만 일반화된 진술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입니다. 혹은 만하면 일반화를 피하고 유보하려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성급하게 일반화가 이루어집니다.


(2) 흑백논리의 오류

: 어떤 사안을 흑과 백으로,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기인하는 오류입니다. 내 편 혹은 적, 정치적 좌파 혹은 우파, 선한 것과 악한 것,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 등으로 과도하게 단순화하여 구분하는 예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흑백논리는 복잡한 상황을 간단하게 종결지어 버린다는 데에서 유용한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수많은 문제들에는 회색지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경제에 있어서는 우파적(시장친화적)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북지원에는 찬성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 판단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중간지대를 인정하면서 다면적인 접근을 가져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3) 아전인수의 오류

: 쉽게 표현하면 취사선택입니다. 어떤 통계나 현상을 해석할 때, 자기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여기에 숨어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본능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보고 싶은 것을 먼저 보게 되고, 상황이 복잡할수록 귀찮게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처음 꽂힌 생각을 강화합니다. 하나의 통계자료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심지어 동일한 현상에 대해 다른 통계가 도출되기도 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본능을 거부해보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대부분 본능은 우리를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보는 작업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더욱 굳건하고 탄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혹은 자신의 주장이 한층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되지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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