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냉장고 안에 문명이 있다
아이스 에이지 #1/2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아이스 에이지(Ice Age)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새집으로 이사 온 게일과 롭.
게일은 이전 집주인이 조그만 냉장고를 버리고 갔다고 말한다. 작은 구식 냉장고였다.
두 사람은 입주 기분을 내기 위해 와인을 마시기로 하고, 롭은 급한 대로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와인에 넣었다. 그런데 얼음 속에 깨알만 한 매머드가 얼어 있었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은 냉장고 안에 그런 것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보곤 깜짝 놀란다.
냉장고 안에는 작은 문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10분 여만에 중세시대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로 발전한다.
신기한 모습을 한참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번쩍한다. 핵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두 사람은 작은 문명에 대해 걱정한다. 롭은 재건을 바랐고, 게일은 멸망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며 시무룩해진다.
한참 후에 전쟁의 결과가 궁금해진 두 사람은 다시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작은 문명은 살아남아 초미래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이 기뻐한다. 계속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문명은 대형 피라미드 같은 것을 짓더니 웜홀에 빨려 들어가듯 빛을 내며 사라져 버린다.
작은 문명이 떠났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에 냉장고를 버리기로 하고 잠을 청한다. 냉장고의 작은 문명은 정말 이대로 끝난 걸까?
‘우와! 진짜 같네... 어! 진.. 짜네...’
이번 작품 <아이스 에이지>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형태다.
실사에 출연한 배우는 게일 역에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Mary Elizabeth Winstead)와 롭 역에 토퍼 그레이스(Topher Grace)가 출연했다. 두 배우가 텅 빈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며 익살스럽게 연기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재미있다.
기발하고 참신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구식 냉장고 안에서 작은 문명이 발생하고 하룻밤 사이에 원시문명에서부터 초미래사회를 거쳐 다른 형태로 진화해 떠난다는 발상은 정말이지 만화적인 상상력이다.
주변이 온통 얼음으로 지구와는 다른 환경인데, 인류의 문명이 걸어온 역사와 거의 똑같은 발전 단계를 거친다는 점은 상상력의 한계를 보인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한 설정이니 어쩔 수 없다. 작은 문명의 모습은 현실의 우리 모습과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은 문명이 어느 정도 발전하자 핵전쟁이 발생한다. 핵폭발로 인해 구경하던 롭의 얼굴이 벌겋게 익어버리는 장면은 익살스럽게 표현되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이유는 현 인류가 직면한 핵전쟁 위험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일과 롭은 핵전쟁을 일으킨 작은 문명의 세계를 걱정한다. 전쟁이 제법 지속되자 초롱초롱 기대하던 눈빛은 실망의 눈빛으로 변한다.
게일과 롭은 멀리서 구경하는 구경꾼 입장이다. 말 그대로 냉장고 안의 문명은 그들이 개입해서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일과 롭의 모습은 작은 문명을 저 하늘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작은 문명에게 이들은 신의 존재는 분명 아니다. 작은 문명인이 두 사람의 모습에 대해 ‘쟤네들 뭐냐?’ 하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이들이 신적인 존재로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구경꾼임을 알려준다. 게일과 롭의 시선은 현실을 살고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시선임을 알 수 있다.
“전쟁 반대! 핵 반대!”
모두가 외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을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뭔가 좀 이상하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자신들은 이미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제 핵을 가지려는 나라에게 ‘핵 억제’라는 명목으로 압력을 가한다.
국가적 이념이 다를 뿐이지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 같은 나라에도 일반 국민들이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다. 국가는 자국의 국민 주권을 지켜내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주체적인 힘을 길러 국가 발전을 이룩해 가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강대국들의 논리는 결국 자신들은 되고 나머지는 안된다는 논리다. 요즘 자주 쓰이는 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닌가!
그들 스스로 주장하는 말처럼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선도 국가라는 것을 누가 정했나?
이제 개개인을 줄 세우는 것도 모자라 국가 간에도 계급장을 붙이는 것인가? 또 계급장을 붙인다고 쳐도 왜 그들이 모든 질서를 정하는가? 만일 그들이 핵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이런 억지가 가능할까?
(#2/2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