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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Oct 25. 2022

진정한 공포란 이런 것

목격자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목격자(The Witness)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이 작품은 실사에 가까운 작화법과 만화적 작화법을 혼용한 것이 특색이다. 이 효과는 시작하자마자 전개되는 ‘살해 장면’과 추격 장면 등에서 긴장감을 더 극대화한다.

또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어 붙이는 뫼비우스의 띠, 즉 무한루프 구조를 이루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높은 수위의 선정적 장면까지 포함하고 있어 절대적인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여자는 건너편 건물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살인자인 남자는 자신을 목격한 여자를 뒤쫓는다.

겁에 질린 여자는 달아난다.

남자는 집요하게 쫓아간다.

따라 잡힌 여자는 남자와 마주한다.

여자는 두려운 나머지 챙겨두었던 총을 가방에서 꺼내 든다.

위협을 느낀 남자는 총을 빼앗으려 달려든다.

‘탕!’.

잠시 후 여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킨다.

남자가 죽은 것이다.

이때 건너편 건물에서 죽은 남자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있음을 여자가 알게 된다.




이런 구조는 이번에는 여자가 남자를 쫓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어서 반복해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구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루프의 핵심은 어디일까?

이 반복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애초에 남자가 여자를 쫓아간 것은 두 가지 이유로 예상된다.

① 살인자가 추격해와서 자신을 방어하려다 벌어진 우발적 살인이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② 방금 죽은 여자와 똑같이 생긴 목격자를 보고 놀란 것, 쌍둥이가 아니라면 저 여자는 누구? 즉 의문에 대한 답을 묻기 위해서


하지만 설명이고 질문이고 할 겨를도 없이 겁에 질린 여자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총을 꺼내 들면서 다시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진다.


③ 건너편에서 죽은 남자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있음을 여자가 인지한다.


루프의 핵심은 어디일까?

위에 밑줄 친 부분이 바로 루프의 핵심이다. 이 부분이 없으면 반복은 일어날 이유가 없다.

또한 이 부분은 반복에 대한 필연성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반복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① 벌어진 살인은 동기나 목적이 없다. 살인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도 목격 자체보다는 순간의 우발적 사고에 의해 발생한다.

② 우발적 사고마저 반복 안에 배치된 필연적 요소로써, 완벽하게 처음으로 회귀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③ 두 사람이 반복하는 것은 충격과 공포그리고 두려움이다.

④ 충격과 공포가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의해 끝없이 반복될 수 있음이 증명되는 것은, 등장인물인 두 사람 즉,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지만 시청자에게는 새로운 공포로 느껴질 수 있다. 행복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도 지겨울 텐데, 무서운 상황이 끝없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므로 이 반복이 의미하는 것은 반복 자체에 대한 공포라고 판단한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1993)>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의 경우에는 반복을 통해 결핍과 반성을 깨닫게 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개선과 깨달음을 통해 반복을 벗어나면서 보상까지 함께 얻는 구조이지만, <목격자>에서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서 스트레인지가 지구를 위협하는 도르마무에게 거는 무한 마법처럼, 빠져나갈 길이 전혀 없게 설계된 루프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반복을 깨는 유일한 방법은 위에서 말한 ‘루프의 핵심’ 부분에서 언급한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부분 자체가 필연성을 내포한 구성의 핵심이기 때문에 빼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반복 자체에 대한 공포’가 반복의 의미라고 판단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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