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침략자인가 수호자인가?
슈트로 무장하고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슈트로 무장하고(Suits)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평온한 저녁을 보내고 있던 행크와 베스. 갑자기 경보등이 켜지고 누군가 농장에 침입했음을 알린다.
행크는 로봇을 몰고 가 피해를 막으려 애쓰지만 혼자서는 힘겹다.
이웃 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다른 이웃인 헬렌의 남편 제이크도 로봇을 몰고 나선다.
행크와 베스는 디비 수천 마리가 침공해온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에게 알린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기습공격이라 지원은 부족하고, 결국 행크와 멜, 제이크만으로 엄청난 수의 디비떼에 맞선다.
적의 수가 너무 많다 보니 무기의 탄약이 금방 다 떨어진다. 후방지원을 맡은 베스가 급히 탄약을 공급하지만, 그 사이에 디비에게 제압당한 제이크는 자폭을 선택한다.
거대한 보스급 디비가 출현하고 행크와 멜, 그리고 베스와 헬렌은 맞서 필사적으로 싸운다.
힘겹게 보스를 퇴치하고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디비’라고 불리는 침입자는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1997)>에서 나오는 외계 생명체와 유사하게 생겼다.
이 작품은 지구가 아닌 외계행성을 개척해 살고 있는 인간을 다뤘다.
이전의 비슷한 SF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이야기다. 가족과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해 외계 생물과 목숨을 건 전쟁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족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통합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러나 개척지 행성의 외계 생물 입장에서 보면 행성의 주인은 그들이다. 인간이 오히려 침입자인 것이다.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인간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와 무단으로 점거한다면? 입장을 바꿔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점령하려 시도한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런 이야기를 현실에 비추어 보면, 결국 ‘전쟁’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전쟁도 결국 폭력이다.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존재한다. 전쟁에서 가해자는 ‘먼저 침공’하는 세력이다. 당연히 피해자는 ‘침략당하는’ 쪽이다.
여러 가지 이유나 핑계를 들어 한 조직이 다른 조직을 침공하여, 수많은 생명과 자원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어떤 의미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너무 자명한 순리라 제외하고 얘기를 풀어가기로 한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모두 하나같이 전쟁 승리를 가족과 이웃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먼저 침공한 것이 아니라 침략해오는 적을 막아낸 경우다. 같은 전쟁을 다룬 이야기지만 이런 이유로 어느 정도 ‘정당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인간이 개척한 별에 이미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면, 과연 인간은 침입자인가 수호자인가? 목숨을 걸고 가족과 이웃을 지켜낸 결과는 같지만 ‘정당성’을 인정해 줘야 할까?
역사적 예를 들어보자.
이탈리아의 탐험가 콜럼버스(Columbus)는 신대륙 발견으로 칭송받는 위인이지만 본인이 발견한 땅이 신대륙인지도 모른 채 죽었다. 그가 발견한 신대륙은 후에 아메리고 베스푸치(이탈리아 탐험가)에 의해 아메리카로 명명된다.
서구 열강은 마치 주인 없는 신대륙을 자신들이 먼저 발견한 것처럼 말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과거 아시아에서 이주한 원주민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었다.
콜럼버스의 발견으로 서구 열강들은 앞다퉈 신대륙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에 대한 약탈과 잔인한 폭력이 가해졌다.
콜럼버스도 원주민을 억압하고 노예로 팔기도 하는 등 인간답지 못한 짓을 했다.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콜럼버스는 외부에서 온 낯선 침략자에 불과한 것이다.
원주민들은 침략에 맞서 싸워보려 했으나 무기나 전술면에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암흑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렇게 포장되어 지금에 와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인간들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게 만들며 끝난다.
이 장면이 마지막에 삽입된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