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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Oct 25. 2022

자연은 결국 되돌려준다

해저의 밤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해저의 밤(Fish Night)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작품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 없이 올드맨과 영맨으로 표기되어 있다.


방문판매원인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사막 지대를 지나던 중 자동차가 퍼지는 바람에 고립된다.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에 어둠이 내리자 올드맨은 “바다가 생각나는군”하며 이야기를 꺼낸다. 반면 영맨은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한다.

사막이 옛날에는 바다였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그 영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이 잠이 든 사이에 불가사의한 현상과 함께 고생대 바다가 재현된다.

영맨은 처음 보는 바다에 매료되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가 희생되고 만다.




이 작품 역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표현된 고생대 바다의 모습은 황홀경에 빠지게 만든다. 마치 형형색색의 홀로그램처럼 연출된 바다생물들은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과 대비되며 환상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서 재현된 바다는 고생대 바다로 보인다.

출현하는 바다 생물 중에 고생대에 살았던 몇몇이 보이기 때문이다.


고생대는 각종 생물체가 발현한 시기이며, 유례없이 높은 산소 농도로 인해서 거대한 곤충이나 고사리 같은 생명체가 있던 시기라고 한다. 고생대는 다시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폐름기의 여섯 시기로 구분되며, 한반도에는 평남 지향사와 옥천 습곡대가 고생대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참고 : 나무위키]


‘세상에는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많다’는 말은 두루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도 왠지 수긍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유를 생각해보려는 시도가 쓸데없는 짓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사막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해저로 변한다.

이것이 그저 개인적 상상이나 꿈(夢)이 아닌 시각적, 감각적 현실감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올드맨과 영맨이 함께 경험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막에서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멀리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오아시스를 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바다에 대한 경험이 없던 영맨은 더없이 아름답게 재현된 영혼의 바다를 향해 뛰어든다.

여기에서 현실의 인간이 영혼의 세계와 합일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 세계와 동화되어 물고기 영혼들처럼 몸에서 빛을 발하는 형태로 변화한다.


반면 올드맨은 경험과 지식이 있다. 자연에 있는 많은 것들은 아름다운 모습일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걱정을 전달할 틈도 없이 나타난 상어의 영혼에게 영맨의 영은 희생되고 만다.


영의 세계와 합일된 상태였기 때문에 물리적 피해가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세심한 설정을 통해 이야기가 설득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실제의 바다가 아닌 영혼의 바다를 소환한 것도 이야기 흐름에 딱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자연의 일부일 때 가장 안정된 마음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마도 영맨은 처음 경험하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취해 다른 것들은 잊어버린 무아지경의 상태였던 것 같다.


현대의 인간에게 주어진 고난과 시련은 어쩌면 자연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때문에 다시 자연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인간은 경이로워한다.


자연의 역사, 지구의 역사 더 나아가 우주 전체를 생각해보면 인간은 너무나 미약하고 작은 존재다. 역사 안에서 이루어낸 수많은 업적 또한 인간의 자화자찬이지 자연이 인정해 허락한 것은 아니다.


그런 하찮은 존재가 자연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있다.

온갖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산이고 바다고 강이고 간에 파헤쳐 버린다. 여전히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많은 동물들은 인간 문명에 쫓겨 사라지거나 비참하게 연명하고 있고, 온갖 산업 쓰레기의 배출로 동물뿐 아니라 식물, 환경까지도 파괴하고 있다.


현재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는 ‘적대자’가 되고 있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하며 오만을 떨던 인간은, 만물의 영장은커녕 미물조차 하지 않는 악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는 인간’을 자부하면서도 전 인류적 거스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연을 상징하는 바다, 영혼의 바다는 죽어서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인간(영맨)의 합일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바로 자연을 거역한 인간이 뻔뻔하게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려는 행위에 가차 없이 응징하는 것을 그려냄으로써 인간의 현 위치를 바라보게 한다.


당신은 마지막 장면에 온통 새빨갛게 잡히는 올드맨의 눈에 맺힌 것이 무엇인지 보았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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