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애정의 힘
행운의 13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행운의 13(Lucky 13)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럭키 13’은 비행기의 이름이다.
콜비 커터 중위는 신참으로, 관행처럼 가장 인기 없는 비행기를 배정받는다. 바로 럭키 13이다.
이 비행기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비행기는 멀쩡하게 돌아왔는데 거기 탑승했던 인원은 여러 차례 전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이 무색하게 커터는 럭키 13을 몰고 신출귀몰한 활동을 펼친다. 덕분에 럭키 13에 대한 이미지도 쇄신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전투 중인 병사들을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매복해 있던 적의 공격으로 추락하고 만다.
커터와 대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 애니메이션인데 갑자기 실사영화가? 실사 합성인가?’
처음엔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픽 퀄리티가 놀라운 수준의 작품이다. 이 놀라운 수준으로 그려낸 비행기 전투씬은 박진감이 넘치고, 통쾌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메시지는 비행기 전투나 전쟁에 대한 것이 아니다.
위의 줄거리 요약에서도 밝혔듯이 ‘럭키 13’은 비행기 이름이다.
그것도 ‘날아다니는 관’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모두에게 꺼림칙한 비행기다.
‘인기 없는 비행기를 신참이 몬다’는 관행 그대로 이제 막 배속된 콜비 커터에게 할당된다.
생물이던 무생물이던 왠지 측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이들에게 무시당하고 놀림받는 ‘럭키 13’에게 커터가 느낀 감정이었을 것이다.
‘나라도 널 아껴줄게’로 관계를 시작했을 것이다.
미신의 시작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소문이다. 특히 부정적 여론은 한 개인의 인생을 마감하게 만들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그래서 사실 잘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고착화시켜 버린다.
이렇게 고착화된 것이 퍼져나가는 동안 살이 붙어 미신이 된다.
때문에 미신은 대부분 그렇게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그럼에도 미신이 집단을 이루는 공동체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인간의 ‘의심하는 본성’에서 비롯된다. 의심은 추측을 낳고 추측은 상상력에 의해 보통은 진실이 아닌 엉뚱한 거짓을 생산해내기 일쑤다.
물론 이런 ‘의심하는 본성’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또한 미신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으로 생겨난다. 보이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이미 정해놓고 보는 것이다. 잘못된 믿음은 가끔 기형적인 신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소문이나 미신 따위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신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다.
커터 중위는 럭키 13에게 덧씌워진 미신을 믿지 않았다. 처음에는 덧씌워져 있는 미신 때문에 동정심으로 시작되었으나 함께 많은 작전을 수행하며 신뢰를 갖게 되었고, 신뢰는 곧 애정으로 변했다. 그것은 신형 비행기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에도 고민 없이 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미신의 특성을 또 하나 들자면 '의인화'이다.
인격체가 아닌 것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에서 럭키 13이 그런 예다.
기존 대원들이 ‘날아다니는 관’이라고 조롱하는데, 보통 무생물을 조롱하지는 않는다. 조롱해봐야 알아들을 리 없기 때문이다.
커터 중위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럭키 13에게 신뢰와 애정을 보낸다. 럭키 13은 실체적으로는 무생물이지만 커터에게는 이미 인격을 갖춘 생명체인 것이다.
커터가 쏟은 신뢰와 애정은 조롱거리였던 럭키 13을 타고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내는 성과로 이어지고, 혁혁한 성과는 다시 기존 대원들의 인식까지 바꿔놓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애정의 힘이다.
믿는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조건을 건다거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이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숭고한 마음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포함하여 심지어 목숨까지도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포기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면 사랑의 대상도 같은 마음이 생겨난다.
럭키 13도 그것을 보여준다.
포탄을 맞고 적진에 떨어진 럭키 13과 커터 중위.
적의 손에 넘어가느니 자신의 손으로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눈물을 머금고 럭키 13을 자폭시키려 한다.
그런데 럭키 13은 자폭해야 할 시점에 멀쩡하다. 적군은 커터와 대원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떼로 몰려온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적군들이 럭키 13 근처에 모두 모인 다음에야 갑자기 ‘쾅’!
럭키 13은 처음부터 커터를 보호하기 위해 자폭 시점을 지연시킨 것이다.
커터가 눈물로 안녕을 고할 때 럭키 13도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다.
그저 실없는 자폭이 아니라 ‘희생’을 한 것이다.
미움받던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줬던 커터를 지켜내기 위해서 럭키 13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희생’이었다.
참된 신뢰와 사랑은 통한다.
대상이 생명체가 아닌 비행기에 탑재된 인공지능이라 해도 그 진리와 가치는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라. 그 답이 이 말에 있다고 믿는다.
“진심을 담은 헌신과 사랑은 세상에 기적을 가져온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