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바이오닉 휴먼 이야기
사각지대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사각지대(Blindspot)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대장 호크와 신참 루키, 폭주족같이 생긴 수이, 여성 멤버 칼리 그리고 후방지원 밥. 이들은 모두 사이보그다.
달리는 트럭에 실려있는 마이크로칩을 탈취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트럭에는 보안로봇들이 즐비하고 그들을 제어하는 메인 프로세서가 있다.
폭파와 액션으로 트럭에 접근했지만 작은 실수로 인해 적들이 방어활동을 시작한다.
보스급 로봇이 등장하고 호크를 시작으로 칼리, 수이까지 보스 손에 파괴되고 만다. 파괴되던 수이의 마지막 공격으로 보스 로봇을 쓰러뜨리고 마이크로칩을 얻은 루키. 그러나 친구들을 잃었다는 허망함에 빠져드는데...
여러 이용자가 모여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는 온라인 게임을 본 것 같다. 캐릭터 모두가 사이보그인데다 그림체가 딱 게임이다. 빠른 전개와 호쾌한 액션, 무게감 느껴지는 로봇 전투가 볼만한 작품이다.
제목 <사각지대>는 영어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가려진 지점’ 즉, 트럭이 통과하는 터널을 말한다.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트럭이 터널을 빠져나가기 전에 작전이 완료되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마치 쉬어가는 페이지 같다.
뭔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볼거리에 집중한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등장인물 모두가 사이보그와 로봇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사이보그가 아니었다면 호쾌한 액션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비극적 결말이 되었을 것이다.
밥은 잘 모르겠지만 나머지 네 명의 사이보그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동료를 잃은 허망함에 슬퍼하는 루키를 봤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수준의 사이보그다. 반면 트럭에 타고 있던 로봇들은 트럭에 매립된 중앙처리장치의 제어를 받는 로봇이다. 이들은 감정을 느끼거나 사고 능력이 없다.
인간의 기계화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재이다.
SF 영화에서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은 것들은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고로 발생한 장애이든 선천적 장애이든 간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보조수단부터 업무에 필요하거나 특정한 필요 등의 이유로 인간의 몸 일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뇌, 초정밀, 야간 투시, 수백 킬로미터 밖까지 훤히 볼 수 있는 전자 눈, 모든 주파수를 마음대로 조절해 들을 수 있는 귀, 초감각 센서를 장착한 코, 엄청난 무게를 감당해낼 수 있는 코어(척추), 전자 팔 또는 손가락, 자동차를 능가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다리, 이 모든 걸 견뎌낼 수 있는 심장 또는 기타 인공장기 등등, 각 분야의 복합된 기술의 발전은 상상할 수 있는 것들보다 더 황당한 것도 만들어 낼지 모른다.
이런 바이오닉 기술을 다룬 미국 드라마가 이미 약 50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제는 TV에서 보았던 <6백만 달러의 사나이(1974)>와 <소머즈(1976)>가 현실화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또 영원한 삶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과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의 자본주의 사회를 암울한 미래로 그려낸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1978)> 역시 관련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명작이다.
기계화 몸을 얻으려는 철이와 미스터리한 여인 메텔이 우주를 횡단하는 은하열차 999호를 타고 모험을 하는 내용으로, 이 작품도 벌써 약 40년이나 전에 제작된 작품이다.
SF 요소를 가진 더 오래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너무 많아 다 거론이 힘든 관계로 생략한다.
그저 이렇게 오래전에 만들어진 스토리에서 인간의 몸 일부를 개조하여 기계화한다는 설정이 놀랍다.
40~50년 전에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들이 상상했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박정희 독재정권 치하에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을 때, 미국인들과 일본인들은 40~50년 후 미래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앞서가는 동안 우리는 이제야 겨우 힘겹게 민주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하면 전 세계인이 삼성을 떠올리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현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제 치하와 동족 간의 전쟁 등으로 잃어버린 세월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그 세월만 잃지 않았다면 <마징가 제트>를 베껴 <태권브이>를 만들 일도 없었을 테고, 현재의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은 더 일찍 왔을 것이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들여다보면 속상한 경우가 더 많다는 점 때문에 오늘도 한숨을 쉰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