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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Oct 25. 2022

개그에 숨겨진 날카로운 의도

또 다른 역사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또 다른 역사(Alternate Histories)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이 작품은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보다는 바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만약 ~라면 어땠을까?’ 하는 만화적 상상력을 여러 버전으로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림체 역시 이런 설정을 감안해서 거의 명랑 만화체다.


“만약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1945년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그가 소년 시절에 사망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위와 같은 상상적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여섯 가지 버전이 준비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만화적 상상력이기 때문에 내용은 황당한 개그로 가득하다. 또한 딱 봐도 히틀러를 비꼬는 블랙코미디이므로 어떤 특별한 메시지는 없다.


©pixabay.com


히틀러를 비롯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본다면 정말 재미없고 황당한 에피소드지만, 역사와 인물을 아는 상황에서 보면 개구진 풀이가 나름 재미있다.


이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된 ‘아돌프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독일 정치가(1889~1945)다.

1919년에 독일 노동당에 입당하여 1921년부터 나치 당수를 지냈으며, 1933년에 독일 연방의 총리가 되고 다음 해 총통이 되었다.

반유대주의와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 뒤에 연합군의 공격에 밀려 1945년 베를린 함락 직전에 자살하였다. [참고 : 네이버사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독일은 제국주의 열강의 하나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와 동맹하여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대립하면서 전쟁에 참전했다. 1918년 11월 독일의 항복으로 막을 내렸다.


히틀러도 태어날 때부터 악마는 아니었다.

본 작품에서도 매번 미술관을 나서는 히틀러로 각 버전을 시작하는데, 실제로 히틀러는 유년 시절에 미술에 관심이 많은, ‘화가’가 꿈인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의 아버지 ‘알로이스 히틀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인물로 히틀러의 바람을 무시하고 실업계 학교로 진학하게 한다. 하지만 190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히틀러는 어머니의 지원을 받으며 ‘화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되고, 비엔나 예술대학의 일반 미술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른다.

수험자 112명 중에 28명의 합격자를 뽑았는데 불행하게도 히틀러는 합격하지 못했다.

이후 가장 커다란 의지가 되어왔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히틀러는 고아가 됐다. 그러나 히틀러는 포기하지 않고 19세 때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다시 한번 도전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학교에 입학지원서를 낸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게다가 고아로서 뚜렷한 벌이가 없던 그의 생계도 처참해졌다.


순수했던 소년 히틀러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져 가고 청년이 된다.

이때 히틀러는 이미 독일을 마음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군에 입대하였고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발발시키고,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악마 히틀러가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 작품 <또 다른 역사>는 별 의미 없이,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으로 시대적 악당 히틀러를 비꼰 개그일 뿐이라 말하겠지만, 수많은 역사적 인물 중에 히틀러를 선택한 것도 그렇고, ‘히틀러가 소년 시절에 죽었다면?’과 같은 다수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상상을 펼쳐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의도를 가지고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코미디 장르로 풀어 희석시키려 했으나 내용과 구성을 봤을 때 분명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만화영화 중에 김청기 감독의 <똘이장군(1978)>이 있다. 2편까지 나온 반공을 주제로 한 만화영화인데, 이걸 볼 당시만 해도 정말로 북한 김일성이 거대하고 흉측한 돼지인 줄 알았고, 북한군은 시커멓고 사악한 늑대들인 줄 알았다.

기획 의도에 너무 비중을 둔 나머지 순박한 어린이들에게 우리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닌 거짓과 과장으로 포장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사상적 주입을 시도한 것이다.


원래 코미디의 정수는 마냥 웃기기만 하는 것보다, 심각한 사안을 비꼬면서 웃게 만드는 것에 있다. 그런데 <똘이장군>의 경우 현실성이 강한 드라마 구성으로 풀면서 내용은 블랙코미디가 된 셈이다. 말 그대로 지금 와서 보면 이도 저도 아닌 망작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또 다른 역사>, 이 애니메이션이 황당하고 엉뚱한 상상으로 잘 포장해낸 것은 숨겨진 의도이며, 이것을 잘 숨기는데 비교적 성공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개인의 편협된 가치관이 거대한 세력을 만나 ‘힘’으로 자라나게 되었을 때, 전 인류적 위험으로 발전하는 두려운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결코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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