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2020) #3/7
학생들이 꿈보다 돈을 쫓게 된 이유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드라마 <인간수업> 정보
제작 : 스튜디오 329
감독 : 김진민
각본 : 진한새
방송 : 넷플릭스, 2020.04.29.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출연 : 김동희(오지수), 정다빈(서민희), 박주현(배규리), 남윤수(곽기태), 최민수(이왕철), 김여진(이해경), 박혁권(조진우)
[포스터 및 정보 출처 : 넷플릭스]
몇몇 장면을 살펴보면,
<인간 수업>에서 주인공인 오지수와 담임 조진우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담임 진우의 질문에 지수는 한결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냥~”, “~아무 데나”, “~아무거나”
또 다른 장면에서는 답답해진 진우가 지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대사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아! 뭐 다 관심이 없데, 18살짜리가... 너 도대체 관심 있는 게 뭔데?”
지수의 대사 중 혼자 생각을 표현하는 말도 있는데,
“꿈은 비싸다. 부모 없는 애한텐 더 비싸진다”
이 대사는 ‘꿈’을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로 ‘넌 꿈이 뭐니?’하고 물으면 청소년을 포함해 젊은 사람들 대다수가 “돈 많이 벌어서 놀고먹으면서 사는 거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꿈’은 곧 ‘돈’인 것이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진상 손님’으로 나오는 배우가 몹쓸 짓을 하면서 말한다.
“자본주의에 인간성을 팔아넘긴 자를 계도한다.”
그는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중이었다. 돈을 주고 한참 어린 학생의 성(性)을 어른이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말하는 모양새는 마치 ‘많이 배운 지식인’의 언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청소년들에게 꿈에 대해 또는 미래에 대해 물으면 열 중에 여덟, 아홉은 성의 없이 대답하거나 관심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왜냐하면 정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가 ‘꿈’이 아예 없거나 ‘돈’으로 알고 있다. 조진우 선생님의 저 대사에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꿈’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듣고 싶은 ‘꿈’의 괴리를 느끼지 못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꿈’이라는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 되었나?
보편적으로 인간의 꿈은 좀 더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를 뜻하는 게 아니었나?
그러나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들이 지금 꿈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장 현실에 필요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산이어야 하는 필요, 즉 결핍에서 기인한다.
어른 입장에서 묻는 그런 질문은 듣고 싶은 답을 정해두고 묻는 거나 다름없기에 그 괴리를 느끼는 학생들의 태도만 가지고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맞다.
그러면 왜 학생들이 ‘돈’을 목표로 하게 되었는가?
경제적 여유는 예전에 비하면 요즘이 훨씬 좋아졌음에도, 왜?
주인공 지수는 도박중독에 빠진 아빠와 이를 참다못해 집을 나간 엄마로 인해 홀로 남겨졌다.
보호자의 역할을 포기한 무책임을 묻기에는 아버지라는 작자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공통점이라곤 그의 삶의 목표도 ‘돈’이라는 것일 뿐.
여주인공 규리는 지수와는 달리 엄청난 부잣집 딸이지만, 자신들의 욕망을 딸에게 강요하는 부모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 자살까지 시도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강요당하고 있는 딸의 내면보다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하고 있다.
또 같은 반 친구인 민희는 부모의 이혼 후 항상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다. ‘외로움’은 사람을 죽인다. 때문에 애정의 대상으로 학교 일진인 남자 친구 기태를 선택했다. 위선의 가면을 가려줄 ‘가장 센 놈의 여자’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위로한다. 그마저도 사라질까 봐 ‘조건만남’까지 해가며 돈을 벌어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태의 관심을 사려고 애쓴다.
이처럼 모두 자신의 처지를 바꾸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다.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낳는 것처럼, 잘못된 선택은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며, 결국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이야기다.
<인간 수업>은 매 회마다 앞에 ‘이 이야기는 모두 픽션(허구)이고,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관계없다’는 문구를 넣어뒀다. 허나, 드라마적 요소를 위해 연출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뉴스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관련 범죄는 분명 현실이다.
(#4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