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회귀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고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여기저기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브런치 같은 경우에는 복구도 늦었지만, 특성상 여기 올려져 있는 수천, 수만 편의 글은 카카오 회사의 것이 아니라 열심히 글을 쓰신 분들의 작품이라 그 정성과 노고가 위기에 봉착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뒷덜미가 서늘해진다.
나 또한 열심히 쓴 글들이 하루아침에 다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었다. 남들에게는 하찮은 것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귀한 보석 같은 것들이니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시간을 따로 내서라도 그동안에 썼던 글들을 다시 싸~악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싹 새로 정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백업도 하고, 좀 더 개인적으로라도 안정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부족한 부분도 찾아보고 있다.
기존에 브런치의 글쓰기 기능과 전반적인 시스템을 너무 모를 때 쓰기 시작했던 글들은 너무 장황하고 길게 써서 스마트폰을 통해서 다시 보니 쓴 나조차도 엄청난 압박이… 종이로 된 책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니, 할 얘기 몇 마디 썼다고 화면을 10여 차례나 넘겨야 했다. 그래서 읽는데 불편함이 적도록 짧게 짧게 나누어 다시 올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써서 올렸던 글도 다시 읽어보며 이런저런 생각도 해본다.
브런치 에디터 사용 시 제목과 부제목에 글자 수 제한이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고, 브런치북이나 매거진의 생성 개수도 제한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어디 알아보기 좋은 곳에 크게 공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알다시피 브런치는 검색 기능이 썩 훌륭하지 않은 편이라서 ‘에디터 제한’이라고 검색하면 브런치 에디터 관련한 글이 아닌 브런치 작가님들 글만 우르르 검색된다. 불행히도 찾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을 찾아보려고 그 많은 제목을 스크롤하다 보면 다시 시력을 훼손시키는 지경에 이르러야 한다.
또 개인 브런치에서도 특정 단어로 개인 브런치 내에서만 검색하는 기능이 없어서 글 수가 많아지면 엄청난 스크롤을 매번 해야 한다. 겨우 하나 찾아서 수정하면 화면은 처음 상태로 돌아가버려서 다시 처음부터 스크롤… 아! 말 그대로 노가다!
혹시 내가 사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찾아봐도 개인 브런치 검색이나 브런치 에디터 사용법이 검색되지는 않는다. ‘브런치팀’ 브런치에 들어가도 개인 브런치 내의 내용만을 검색해주는 기능이 없고, 검색 기능이 브런치 전체 글에 대해서만 검색되어 특정한 정보를 찾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해 브런치 직원분들은 나름대로 정신이 하나도 없겠지만, 위로의 말보다 이런 잔소리 아닌 잔소리(또는 건의사항)가 더 많아 좀 미안하다. 그렇지만 브런치 서비스 자체가 생긴 지는 상당히 오래됐던데 이런 편의 사항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무엇보다 일단은 불안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 일일이 하나씩 갈무리해서 백업하는 일만도 큰 작업이 될 것 같다. 같은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인 ‘티스토리’도 누군가가 백업 앱을 만들었던데, 왜 브런치는 백업 시스템이 없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22년 8월부터 쓴 글들인데도 이렇게 많으니, 나보다 브런치 활동을 오래하신 분들은 그냥 눈앞이 하얘지는 게 아니라 플랫폼 자체를 떠야 하나 고민도 많으실지 모르겠다.
부족한 제 글에 ‘라이킷’ 해주신 ‘많은’ 분들의 라이킷도 모두 초기화된다고 하니… 관심 주신 분들께는 이 글을 통해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하하… ‘많은’에 작은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대부분 한 자리이거나 두 자리, 두 자리도 많아야 30을 넘지 않았지만, 제게는 더욱 값진 숫자였기에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붙여봤다.
마지막으로 글을 맺으며, 한참 동안 봐오던 문구를 내가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변명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