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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정치, 가까워진 철면피 #3/3

일상으로의 회귀 - 정치·사회편

by 마지막 네오

03. 복수와 처벌만 있는 사회로


문득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 떠올랐다. 죄를 물으랬더니 죄를 고발한 사람을 잡아 족치는 방식. 시간만 질질 끌다가 국민적 관심이 조금 사라지면 조용히 면죄부를 던져주는 방식. 늘 해오던 진부하지만 효과적인 그 방식. 우리 옛말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한자성어로 말하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섞인 방식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검찰 출신답게 누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여지없이 그 사람에게 철퇴를 가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6개월간 가장 열심히 한 것은 반대 세력 척결이었다. 선택적 편가름에 따라 오직 복수와 처벌만 강조되고 있다.


이번 소란을 만들어낸 당사자가 대통령 본인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그동안 해오던 방식 그대로 ‘방해·반대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은 전부 잡아 처넣는다’는 검찰식 처리방법으로 읽힌다.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던 MBC를 딱 찍어 ‘MBC를 타깃으로 공격하라’와 같은 장군의 명으로 들린다. 이런 방식으로 위기에 놓인 곳이 또 있다. 바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방송하는 TBS 교통방송이다. 해외 유수의 언론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으니 '이 공정한 정부가' 거기에 합당한 후처리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이와 같이 행정, 법, 공권력, 언론, 문화, 교육 등등 사회 모든 체제가 과거 숨쉬기 어려운 때로 역주행하고 있다. 6개월 만에 한 20년은 후퇴한 것 같다.

그럼에도 그들은 외칠 것이다. ‘법과 규정에 따라서 공정하게…’, ‘누구에게나 공정한 성역 없는 수사로…’, ‘사회적 균형과 형평성에 맞춰서…’, ‘중립적 원칙에 의거해서…’ 어쩌다 공정, 공평, 균형, 중립, 형평성과 같은 단어들이 이런 의미로 쓰이게 되었나! 깊은 한숨만 나온다.


‘혐오’가 국가와 사회 전체를 뒤덮는다. 정치가 일상에서 더 멀어진다. 전국민적 스트레스가 또다시 펄펄 끓어오른다. 모두가 욕하면서도 타인의 눈치를 살핀다.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부정부패는 빨리 합류해서 한몫 챙겨야 할 색다르고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이 팽배해진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서로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저들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혐오는 차별을 낳고, 차별은 인간을 인간답지 못한 존재로 만든다. 차별하는 사람이든 차별받은 사람이든.


이처럼 국내 정치는 모두를 위한 약이 아닌 모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여 필요로 하는 자들만의 무기가 되어 버렸다. 법도, 공권력도, 교육도, 기업도, 언론도, 국방도, 외교도… 모든 것이 권력자와 기득권 세력을 위한 도구로 변질 중이다.


지금이 일제 치하도 아니요, 군부나 독재 정권도 아닌데, 어째서 마치 나라를 잃은 것처럼 허허로운가? 이제 국민, 시민, 서민은 어디에 기대야 하나? 또다시 피를 흘리고 촛불을 들고 몸에 불이라도 붙여야 하는 것인가? 국민들이 때마다 직접 나서 항거해야 한다면 정부는 왜 있고, 국회는 왜 있는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전 세계에서 자살률 1위 국가에 등극하는 것을 지켜보며 한탄만 해야 하나. 에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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