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회귀 - 정치·사회편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 풀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사회라는 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와도 같아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해서 얘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는 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은 사회를 이루는 각 개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면 관심을 끊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런데 만일 이런 화두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계획된 방향으로 가도록 조작되는 것이라면 어떨까? 너무 음모론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사실인 면도 있다.
예전에 비해서 정보화가 훨씬 편리해짐에 따라 누구나 모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한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다가갈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처음부터 어떤 의도된 방향으로 유도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만일 대표적인 인터넷 포탈 메인화면에 뜨는 뉴스들이 어떤 유기적 목적에 따라 노출되고 있다면? 특정 유튜버나 SNS 또는 방송이 특정한 의식을 반복해서 퍼 나르고 있다면?
잠자는 시간을 빼면 늘 함께하는 인터넷은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생각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런 생각은 절대 소설적 상상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정보의 다양성,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름 다 개방되어있는 것 같으니까 투명하다고 믿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이미 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모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빅브라더’는 감시를 의미하지만 ‘빅데이터’ 시대는 감시를 넘어선 전략으로 이미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방대한 정보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될 수도, 조작될 수도 있다.
독재 시대나 냉전 시대에는 권력자나 세력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거나 감춰지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반면 현재는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일부러 잘못된 정보(가짜 뉴스)를 대량 생산해냄으로써 혼란을 초래하여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바탕’, 즉 어떤 일의 가장 바닥이 되는 바탕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방식, 목적과 의도에 의한 인위적인 ‘프레임 짜기’에 대한 우려를 말하고자 한다.
‘프레임’이란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의미로 기본적인 ‘틀’, ‘바탕’을 뜻하듯이 프레임이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프레임’은 UC버클리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라는 사람이 정립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이미 ‘코끼리’의 형상이 떠오르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국민의힘에 속해 있는 안철수 씨가 지지난 대선에서 ‘내가 MB 아바타입니까?’를 외쳤을 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긴가민가했던 생각에서 ‘안철수가 MB 아바타였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객관적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때로는 필요에 의해서, 현재 상황이나 논의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의미가 전환됨으로써 화두가 되고 있는 현재의 이슈를 단숨에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렇듯 프레임 전환이란, 어떤 대상이나 사건의 가장 바탕이 되는 부분을 갈아치움으로써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관심과 초점이 급진적으로 옮겨가므로 이전에 무엇을 논의하고 있었는지 자체를 망각시켜버리는 효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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