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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Oct 27. 2022

비상선언(2022) #2/12

이게 왜 문제가 되지?

√ 내용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네이버영화


03. 이런 경우,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본 사건을 두어 가지 제시하자면, 나이 많은 노인이 담배 이름만 짧게 말했다고 그 대꾸로 가격만 짧게 말한 청년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을 보았다.

이어지는 다음 대사는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청년 아르바이트생이 노인을 향해 한 말이다. 이건 구태의연한 유교적 관습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냥 인간 자체 ‘인간 실격’이다. ‘실격’ 즉 격(자격)을 실(잃어버림) 했다는 말이다.


물론 노인의 태도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거기에 똑같은 태도로 오만한 말과 행동을 취한 것은 무엇으로도 명분을 찾기 힘들다. 이 사건은 차후에 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 참 황당하면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계적인 판결이었다. 우리나라 법관들의 법에 대한 비유연성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또 있다. 백화점이던가? 딸과 함께 쇼핑 중이던 중년 남성이 점원을 ‘아가씨’라고 불렀다가 봉변을 당한 얘기다. ‘아가씨’라는 말은 원래 나쁜 의미가 아니다. 중년 남성은 그 점원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한 것도 아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지?’ 궁금했다. 이 사연이 뉴스가 된 이유를 찾아보니 우리 스스로 아름답고 좋은 우리말을 비하하면서 생겨난 현상이었다. ‘아가씨’라는 말도 원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언어의 사회적 보편성이 일부 국한된 변질된 의미를 담아 사용된 점을 들어 이런 말도 안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언어적 식민화는, 현시점에서는 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우리들 스스로가 더 열정적으로 참여해왔다. 외래어가 우월하고 더 멋지다는 이상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말의 가치는 깎아내려지고 비하되고 있다.

이제 그 결과가 이런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깊은 고민이나 비판을 하기보다 누군가 주장하는 의견에 몰입되어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 형성된 개인적 가치관과 보편적, 사회적 가치관의 대립에서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대하는 것 역시 ‘인간 실격’이라고 본다.


미국의 언어(영어)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그들이 사회에서도 위아래가 없는 것이 아님을 모르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에 대한 공경, 존경, 예의는 나쁜 관습이 아니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존경하고 공경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무조건 나이가 많다고 무시하고 배척하는 태도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을 예찬한 것은 동양인이 아니라 서양인이었으며,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좋은 관습을 근거 없이 하루아침에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나이 많은 노인들의 정치적 인식 역시 노인들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 세뇌되다시피 머리에 틀어박힌 잘못된 관념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이 정말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어른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 깊다. 충분히 이해한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어른인데,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세대 간 대립으로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는 더 삭막한 현실을 만들기만 할 뿐이다. 실리는 나쁜 것을 타파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잘못된 인식으로 기성세대 전체를 무작정 사회적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개혁도 아닐뿐더러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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