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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Oct 27. 2022

비상선언(2022) #5/12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 내용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네이버영화


07.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리나라 사회 엘리트층일수록 자신이 겪어온 세상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자식 역시 엘리트층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구조가 생겼고, 그것을 유지해내는 것이 살아가는 목표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그런 부모의 강압은, 대부분 머리는 엘리트 지식인이지만, 감성, 사회성, 감정적으로 결핍된 인간을 만들어낸다.


영화 대사나 배치에 있어 불필요한 설정을 일부러 보여주는 예는 거의 없으므로, 위 장면의 대사는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류진석이라는 괴물이 탄생하기까지 잘못된 사회적 풍토가 밑바탕으로 깔려있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까지 꺼내 들어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처음부터 인성이 정해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완전 백지상태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받는 영향에 따라 선해지기도 악해지기도 하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생각에 따라 또는 개인 선호나 선택에 따라 선악을 오가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을 생각해 내서 범행을 계획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피해 역시 훨씬 클 수 있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은 법을 악용한다. 의학적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무기로 삼는다. 그러므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악을 선택하는 경우 더 큰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머리에 지식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다움과 올바른 마음가짐을 먼저 갖춰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인슈타인이나 하이젠베르크 같은 인물들이 사회적 소외를 악한 마음으로 풀어내고 앙심을 품는 사람들이었다면 독일이 미국보다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현재는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말도 그렇긴 하지만, 특히 글이라는 것은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본인은 스스로 많이 부족한 사람인지라 굳이 첨언하자면, 일단 영화 속 류진석을 옹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가 반사회적 경향을 가지고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그것도 더 많은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비행기를 고르고, 고통스러운 연구를 하고, 고통을 참아내며 자신의 신체에 바이러스를 숨기고,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범행을 저지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빠뜨리지 말고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이다.


이런 고민은 요즘 유행하는 ‘공정’이라는 말과도 연관되어 있고, 사건이 벌어진 후에 주워 담는 것보다 아예 예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훨씬 가치가 있다.

‘묻지마 범죄’도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 보면 다 이유와 사연이 있다. 아무런 동기 없는 행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6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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