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
레몬의 죽음을 확인하고 분노한 텐저린은 자신을 속였다며 전화한 백의사신을 오히려 자극한다. 백의사신은 교토에서 직접 처벌하겠다며 텐저린을 협박한다. 그러다가 텐저린도 프린스를 마주친다. 프린스는 이번에도 가녀린 소녀 연기를 하며 텐저린을 속이려 하지만 레몬이 그녀의 등에 붙여놓은 디젤 스티커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
레이디버그가 운이 없는 킬러라면 프린스는 운이 좋은 킬러다. 텐저린이 프린스를 해치려는 그 순간 문을 열고 나타난 레이디버그가 텐저린을 저지하려다가 총이 발사되고 텐저린은 비참하게 죽는다. 그러자 또다시 눈물 어린 연기로 레이디버그를 속이는 프린스. 다음 역에서 내리려는 레이디버그를 속여 열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고, 이 역에서 드디어 나타난 장로가 열차에 오른다. 레이디버그가 말해준 힌트를 따라 열차에 나타난 것이다.
장로가 열차에 오르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마치 영화 장르 자체가 코믹 액션에서 일본 사무라이 영화로 바뀐 것 같다.
프린스의 억양과 목소리를 알고 있던 장로는 나란히 앉아있던 레이디버그와 프린스 앞에 나타난다.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무독뱀이 튀어나와 레이디버그를 물자 호들갑을 떨며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 사이에 장로는 몇 마디 대화만으로 프린스의 정체를 알아낸다. 정체가 탄로 나자 프린스는 달아나버리고, 잠시 후 레이디버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이전에 말벌과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해독제를 맞아 뱀에 물리고도 아무렇지도 않다.
장로는 다시 코미디를 순식간에 진지한 드라마로 바꿔버린다. 별로 듣고 싶지 않다는 사람을 회유해 기어이 얘기를 꺼내는데, 일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극히 일본적인 얘기로 상황을 정리해버린다. 이 대화에서 영화 내내 브래드 피트의 불운을 상징했던 코드명 ‘레이디버그’, 즉 ‘무당벌레’에 대한 의미도 일본식으로 미화해서 풀어낸다. 또한 장로의 숨겨진 나머지 이야기도 나온다.
이 장로라는 인물은 바로 예전 야쿠자 조직의 두목 ‘미네기시’에게 백의사신을 경고했던 부하였다. 백의사신에게 두목의 복수를 할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운명’을 거론하면서 마지막 장소인 교토로 향한다.
아들 기무라를 찾기 위해 화장실로 간 장로와 레이디버그는 죽은 줄만 알았던 두 사람을 만난다.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옛날식 영화의 뻔한 방식이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맞았는데도 신음만 할 뿐 멀쩡한 기무라와 그제야 수면제 효과에서 깨어난 레몬이다. 방탄조끼 덕분에 여러 방의 총을 맞고도 하품하면서 깨어나는 레몬의 모습에 ‘아! 이 영화 거의 사기구나.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라는 생각에 이른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네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자 레몬이 텐저린을 죽인 레이디버그를 공격하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무마하고자 살짝 상황극 수준으로 넣어진 장면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정말이지 70년대 무협물에서도 자주 사용하지 않던 뻔하고 치졸한 방법이다.
드디어 종착역인 교토역으로 들어서는 열차.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나타난 백의사신이 정차한 열차에서 처음 맞닥뜨린 것은 딸 프린스였다. 나름 머리를 쓴다고 자살폭탄 권총을 겨누다가 일부러 빼앗기고 자신을 쏘라고 백의사신을 자극한다. 하지만 백의사신은 죽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그녀는 안중에 없다.
프린스라는 인물은 철저하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가졌고, 단지 그 이유로 아버지인 백의사신을 살해하려는 목적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자신의 무력함만 드러낸 채 결국 끝까지 비열한 짓만 일삼는 역할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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