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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Nov 15. 2022

10.29 참사 명단 공개와 정쟁화

일상으로의 회귀 - 정치·사회편

사람이 죽었다. 대한민국 도시 골목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처럼 점점 원통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10.29 참사. 명백한 사실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참사 전 상황과 후 처리에 대해서 따져 묻지 못하도록 프레임이 옮겨가고 있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필요하다면 더 자세하게 꼬치꼬치 캐물어야 한다. ‘에구… 저런 못된 철면피들! 에라! 이 나쁜 놈들아!’ 하고 속으로만 욕하고 지나쳐버리면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언제,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 즈음 벌어진 대참사다. 그 이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사태를 짐작할 수 있는 징후가 있었고, 신고도 있었다.

어디서,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옆 길목에서 발생했다. 너비 겨우 3미터 남짓 골목에 10만이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

누가, 희생자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억눌렸던 일상의 해방감을 만끽하고자 축제를 찾은,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자 국가의 미래들이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 축제를 대대적인 마약사범 단속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법무장관 한동훈이다. 이들은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사전에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경찰 인력을 최소화했다.

무엇을, 희생자들은 자유로운 마음으로 그저 축제를 즐기고자 했다.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질서 유지를 위한 공권력은 없었다. 마약사범 검거율은 0이었다. 무엇을 위해 최소한의 질서 유지 경력마저 배치하지 않았나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

어떻게, 희생자들은 축제에 참여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축제는 원래 그런 의미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이 축제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고, 참사의 원인은 최종적으로 바로 그 점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왜, 바로 이 부분이 문제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왜가 너무 많이 남는다. 그러나 그 왜를 물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해가는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왜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예상했음에도 통제 경력을 배치하지 않았나? 마약사범 단속을 위해 경찰 배치를 뺀 것인가? 왜 국가적 참사에 대해 늘 국가적 책임을 지는 자는 아무도 없는가? 왜 희생자를 감추고 참사를 정치적 편의로 이용하여 본질을 훼손하는가? 왜 진상 규명과 책임에 대한 의혹을 언론은 다루지 않는가? 누가 왜 희생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정한 추모 기간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인가…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참사 후 흐름은 너무나 비관적이다.

애초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미 벌어진 참사라면 거기에 맞는 명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고 문제점과 이유를 찾아 고침으로써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차후에 일어나지 않도록 조사하고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일어난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참사는 또다시 일어날 것이고 또다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단, 처벌의 칼자루를 누가 쥐어야 할지부터 냉정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조금 무덤덤해졌을 때,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엮어낸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를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되었던 학생들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니 그 어린 희생자들이 마치 가까운 친구들처럼 느껴졌다. 막연하게 머릿속에 이미지로만 가졌던 ‘희생자’보다 그들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싶었고, 관련 책이나 인터넷 정보를 찾아다니며 몰랐던 그들의 사연과 삶을 들여다보니 ‘꼭 기억하겠다’라고 따로 약속할 필요도 없이, 정말 가슴 가득히 이름 하나하나가 새겨졌다.

그 이전이 슬픔에 대한 막연한 애도였다면, 이름 하나하나와 그들의 삶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들은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았던 우리의 이웃이며, 사랑스러운 아들이고 딸이자 정다운 친구들로 마음속에 남았다.


이번에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가 공개한 명단은 개인 신상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이름만 추모의 의미를 담아 적어놓은 것이었다.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에 ‘참사 희생자 명단’이라고 된 것이 전부다. 국내에서는 난리지만 외신은 달랐다. 입버릇 그대로 이번에도 법적 조치를 거론한 분들, 외국 언론사에게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

[참고, 출처 : 시민언론 민들레:외신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사연 실명 보도했다]


이런 희생자 명단 발표가 왜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폄훼되는 걸까? 희생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희생자들이 무슨 죄를 지었나? 부끄러운 행동을 하다가 벌어진 일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아무런 죄도 없이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왜 숨겨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데 영정 사진도 없고, 이름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을 담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가? 게다가 그 공개, 비공개를 왜 국가 권력이 나서서 결정하고 여론전을 펼치는가? 이렇게 해서 이번 참사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을까? 무능한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대한 축소시켜서 국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잊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기야 세월호 참사가 지겨운 사람들에게 이태원 참사는 이미 지겨운 사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가슴 아픈 일인데, 무슨 상품 세일 기간인가? 대통령이 정한 애도 기간 동안만 딱 정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우르르 몰려 애도하고 기한이 끝나면 슬픔도 딱 끝나는 것? 그걸 추모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왜 어째서 죽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슬퍼하다가 날짜가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건 ‘추모’가 아니라 ‘기만’이라고 불러야 하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죽었다. 햇살처럼 밝게 웃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도시 골목 한복판에서. 그저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방향만 안내해주는 정도의 통제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다.


현장에서 애쓰며 안타까워했던 현장 실무자들만 잡아 족치며 자신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대가리가 대가리 자격은 있나? 권력과 직위를 이용해서 힘없는 약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괴롭히는 형태가 국가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대가리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진실 규명 따위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것이 급하다. 티가 나도 너무 난다. 모처럼 움켜쥔 권력과 자신들의 세력 확장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크다. 실제로 대통령부터 장관, 총리 등 누구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 그들은 권위만 외칠뿐 책임은 절대 안 진다. 이 참사로 인해 생겨날 정치적 피해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지켜내기 급급한 모습이다. 그래서 책임져야 할 주체가 아닌 처벌하는 위치를 일찌감치 차지했다. 법을 이용한 ‘수사’, ‘감사’? 알맹이는 쏙 빼고 힘없는 아랫사람들만 괴롭히고 있는 게 무슨! 결과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뻔하니까.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하든, 무슨 사건이나 재난, 참사가 발생하여 수많은 국민이 죽어나도, 2014년 그때처럼,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무엇이든 ‘세 글자’로 줄여져 버린다. 바로 정쟁화다. ‘정치 쟁점화’를 줄인 말이다.


정쟁화하면 또다시 나누어진 정치 세력 간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는 모습으로밖에 달리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모습을 통해 국민들은 정치를 더 외면하고 멀어지게 될 것이고, 그것은 곧 권력자들이 바라는 바다. 혐오와 증오, 분열과 자멸! 이게 ‘정쟁화’의 원인이자 결과다.

누군가 이번 참사 희생자를 향해 2차 가해를 한다면, 그 이유와 원인도 결국에는 여기에서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암울한 현실이다!


국민적 트라우마와 2차 가해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이 아픈 참사를 ‘아이들의 희생을 보람되게 잘 활용해서 미래를 열어주는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라’라고 말하며 외국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조언하는 미친놈은 왜 조사하지 않는지 무척 궁금하다.

2차 가해는 이미 ‘천공(본명:이병철)’이라 불리는 미친놈에 의해 적나라하게 가해졌다. 이 미친 작자에게 도저히 ‘스승’이라는 단어를 붙여 쓰는 것은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 그리고 미친놈한테 미친놈이라고 하는 것은 막말이 아니다. 적절한 호칭을 한 것일 뿐이다.

말 그대로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로 본인이 천공이라는 미친놈과 관계가 없다면 그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침묵으로 뭉개고 지나가려 하다가는 결코 좋은 결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논리 이전에 사람으로서 기본 도리를 저버린 악질적인 행위다.


[참고 영상, 출처 : 천공, 이태원 참사에 “엄청난 기회” 막말... 윤 대통령에게 조언까지? [뉴스케치] / YTN]


개인정보보호니 2차 가해 우려니 하는 이유로 희생자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10.29 참사가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갖다 붙일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 참사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참사다. 국민 모두가 참사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고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으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자들이나 2차 가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검찰 정부 아닌가! 특기를 발휘해 잡아내면 된다. 그런 못된 짓 못 하도록 잡아서 합당한 처벌을 하면 된다. 일단 천인공노할 말을 내뱉은 ‘천공’을 본보기로 시작해서 말이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면 식은 죽 먹기 아닌가!


몇몇 정신 나간 인간들 때문에 희생자 전체를 감춰야 한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 없는 핑계다. 명단 공개에 대해 정부나 여당 국회의원, 또는 대부분의 언론까지 나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작은 언론사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고 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뉴스를 보고 개인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어떤 흐름을 만들고 거기에 편승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잘못된 언론 행태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적 여론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언론 기사의 진실성과 가치는 언론사의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사 내용이 얼마나 진실하고 사실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명단 공개에 관해서 유일하게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유가족뿐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선택을 이런 여론화의 암묵적 압력으로 조종하는 것 역시 고차원적인 2차 가해일 수 있다. 그러므로 피해자이거나 희생자의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제발 입 좀 닥쳤으면 좋겠다.


현장에 있던 일선 경찰들과 근무 서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그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크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일단 그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마약사범을 잡겠다고 경력을 배치하지 않은 이유와 책임부터 명확하게 가려지기를 원한다. 또한 대통령은 얼버무리는 수준의 사과가 아닌 공식적이고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하여 총리, 장관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직에 의해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작정 숨기고 윽박지르고 협박할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참사의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


끝으로 협박성 발언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이들에게 한마디 남기고 싶다. 그게 누군지는 그들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지금까지 글 내용이 듣기 싫은 소리였다면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욕도 말이다. 딱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 욕 듣고 싶지 않으면 욕먹을 짓 안 하면 된다. 툭하면 들먹이는 교양이니 품위니 그런 것도 거부한다. 난 교양과 품위보다 사람 생명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저 부디 그 단어들의 뜻은 제대로 알고 적용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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