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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07. 2022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1976) #4/5

인간의 악의적 본성과 외계인의 인간적 고뇌

√ 내용 자체가 미리보기 수준입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영화는 또다시 긴 시간의 생략을 감행한다.


어느 날 브라이스는 메리-로우를 만나 자신이 뉴턴을 만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손을 매만지는 손길을 보면 그의 마음에는 다른 흑심이 있는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당신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브라이스의 말에 메리-로우는 ‘무엇으로부터 구하죠?’하고 묻는다.


어떤 숨겨진 장소에 갇혀 온갖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한 뉴턴을 메리-로우가 찾아온다.

여기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한 뉴턴을 보여주는데, 권총에 공포탄을 넣은 총으로 서로를 쏘며 난잡한 섹스를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공포와 죽음, 타락과 초월, 배신과 복수를 한꺼번에 암시하기도 한다.


메리-로우는 브라이스의 꼬임대로 뉴턴을 설득해보려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차갑게 말하고, 뉴턴은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을 감지한 듯 그녀에게 자신이 가진 마지막 반지를 건네지만, 메리-로우는 어느 손가락에도 맞지 않는다며 내던지고는 사라진다.


이 영화는 연출의 특성 때문에 한 번만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플롯을 가졌다. 영화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여러 번 봐야 할 것이다.

영상으로 뚜렷하게 강조된 바는 없지만, 두 사람의 결별은 브라이스가 의도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브라이스의 숨겨진 인간 본성의 악의적 가해가 물에 가라앉아있는 기름처럼 수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의적 방황과 혼란도 물론 역할을 하지만, 뉴턴을 타락시키는 데는 결국 메리-로우의 욕망과 브라이스의 기회주의적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뚜렷하게 콕 집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으나 결론적으로 한 인간(?)적 존재를 파멸로 이끄는 숨어있는 악의적 본성을 본다.


또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뉴턴이 갇혀 있던 시설에 보수공사를 한다. 이제 탈출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던 뉴턴, 무심코 열어본 문이 열리자 뉴턴은 망설임 없이 빠져나가 유유히 사라진다.


나이가 든 메리-로우는 브라이스와 결혼하여 살고 있다. 두 사람은 나이 든 모습인데 반해 뉴턴의 모습은 처음 그대로다.

브라이스는 뉴턴이 고향별에 있는 자신의 아내가 들어주길 바라며 만든 음반을 통해 그를 추적하여 결국 뉴턴과 마주 앉는다.

X-Ray 실험으로 인해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뉴턴은 브라이스에게 메리-로우의 근황을 묻지만, 브라이스는 모른다고 거짓말한다. 그럼에도 뉴턴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브라이스를 동정한다.


영화는 술에 취해 잔을 떨어뜨린 후, 잠들 듯 고개를 숙이는 뉴턴의 모습 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끝을 맺는다.


영화는 거시적으로 욕심 많고 어리석은 인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도시와 사람들, 사업, 이권, 권력, 술과 섹스, 종교 등 뉴턴을 둘러싼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들을 인간 타락의 원인으로 그리고 있다. 순수했던 뉴턴은 거기에 합류하지 못하고 오염되어 가는 물처럼 변화해간다.

미시적으로는 등장인물 개인의 심리적 상황을 설명이나 대사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와 단편적인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다른 존재로서 느껴야 하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 외로움, 방황, 그리움, 아픔, 고통, 환멸 등의 다양한 감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


영화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는 1976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2022년인 지금으로부터 무려 46년 전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로 온 외계인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SF이자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SF 영화지만 특수 효과나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바로 다음 해에 개봉한 <스타워즈 4-새로운 희망(1977)>이 SF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놀라운 영화였음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와 영화에 내면화된 주제, 그 의미는 원작인 소설에서처럼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


원작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는 드라마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2022)>에서 따로 쓰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감독과 주연배우 데이비드 보위에 대해서 첨부하기만 해도 분량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다.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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