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노트
봄 햇살 가지마다 흔들어 채울 때
꼬마는 고무신 신고 나들이 나갔네
아장아장 걸어도 골목에선 대장
흰 고무신 질질 끌면 자동차 되고
모래는 금모래,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꼬마야, 나는 네가 부럽구나
천진한 너를 닮고 싶어
너처럼
작고 흰 고무신에 만족하고 싶어
꼬마가 떠난 공원에는
눈동자 핏발 선 사람만 남았네
꼬마처럼 될 수 없는
꼬마처럼 되고 싶은 사람.
아직 천국에 닿지 않았으니
어린 그 시절의 꼬마와
밤새 얘기 나누며,
나도 바람보다
햇살을 이야기하며 살고 싶네.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