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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09. 2022

악마의 말로부터 천사의 날개 위까지

나의 오래된 노트

방안은 불빛으로 채우고

진실을 비춰 그림자로 가르쳐도

불빛 온기 태워 사랑 하나 만들고

방안은 불빛으로 채우고

그림자 모두에게 드리웠건만.


어느 밤이 긴 날 밤,

새벽 2시 16분…

비추던 불빛은 사라져

이제 방안엔 불이 꺼졌지

누구 하나 없어도 울지 않고 버텼지만

지금 나의 방엔 다시

빛이 필요해

누가 내게 작은 불빛 되어줄까?

길고 긴 시간을 어두운 방에 앉아

누가 내게 작은 사랑 보내줄까?

길고 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네

울다 지쳐, 울다가 지쳐서

울… 다… 지… 쳐… 서…

어둠 가득한 방 또다시

가득 눈물만 고였네

아무도 오지 않는 여기

어둠 속 지쳐 죽어가건만

누구도 슬프지 않네

그래서 또 슬퍼 울고 있네


바람이라도 스치면 누군가 오시었나?

작은 여운 마디까지 찾아 살피고

세상 모두 어디를 살펴도

아무도 없네

울다가 이제 잠들려나 보네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더 이상 슬프지 않게


이제 슬퍼해 주지 않던

모두를 위해서

꿈속 저 어둠 끝에서

바람에도 지지 않는 촛불 켜 두고

두 손 모아 끝내

사랑으로 사르리라.


방안의 빛은 그때야 돌아올 것이지

이 몸 사르거들랑,

그대 오시어

꼭 한 번만 울어주오

그대 위해 빛나던 영광처럼

무엇이고 사랑할 수 있는

악마의 말로부터 천사의 날개 위까지

재로 날리며 마음껏 춤추겠으니.


먼 훗날,

어느 밤이 긴 날 밤

새벽 2시 16분…


(잃어버린 시집 ‘악마의 방’ 중에서)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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