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노트
방안은 불빛으로 채우고
진실을 비춰 그림자로 가르쳐도
불빛 온기 태워 사랑 하나 만들고
방안은 불빛으로 채우고
그림자 모두에게 드리웠건만.
어느 밤이 긴 날 밤,
새벽 2시 16분…
비추던 불빛은 사라져
이제 방안엔 불이 꺼졌지
누구 하나 없어도 울지 않고 버텼지만
지금 나의 방엔 다시
빛이 필요해
누가 내게 작은 불빛 되어줄까?
길고 긴 시간을 어두운 방에 앉아
누가 내게 작은 사랑 보내줄까?
길고 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네
울다 지쳐, 울다가 지쳐서
울… 다… 지… 쳐… 서…
어둠 가득한 방 또다시
가득 눈물만 고였네
아무도 오지 않는 여기
어둠 속 지쳐 죽어가건만
누구도 슬프지 않네
그래서 또 슬퍼 울고 있네
바람이라도 스치면 누군가 오시었나?
작은 여운 마디까지 찾아 살피고
세상 모두 어디를 살펴도
아무도 없네
울다가 이제 잠들려나 보네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더 이상 슬프지 않게
이제 슬퍼해 주지 않던
모두를 위해서
꿈속 저 어둠 끝에서
바람에도 지지 않는 촛불 켜 두고
두 손 모아 끝내
사랑으로 사르리라.
방안의 빛은 그때야 돌아올 것이지
이 몸 사르거들랑,
그대 오시어
꼭 한 번만 울어주오
그대 위해 빛나던 영광처럼
무엇이고 사랑할 수 있는
악마의 말로부터 천사의 날개 위까지
재로 날리며 마음껏 춤추겠으니.
먼 훗날,
어느 밤이 긴 날 밤
새벽 2시 16분…
(잃어버린 시집 ‘악마의 방’ 중에서)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