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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19. 2022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2022) #2/5

모방을 통한 학습능력 | 시즌제의 폐해 | 45년만의 변화

√ 내용 자체가 미리보기 수준입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모방을 통한 학습능력

패러데이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결국 테이저건을 두 방이나 얻어맞고 연행된다.

경찰서에서 정신이 든 패러데이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빠른 학습력으로 인간의 말을 순식간에 습득하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SF 영화에서 가끔 선보이는 이런 초스피드 학습 능력은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운 능력 중에 하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VR 글라스처럼 생긴 것을 착용하고 순식간에 무술을 배우는 장면에서도 ‘저런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본 적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살이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지식에 대한 독점이 사라진 지적 평등의 세계가 도래하거나 아니면 기술 자체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기술을 영위하는 사람들로 나뉘며 빈부격차에 이어 지식격차라는 새로운 계급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미래 기술이 되었든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구매해야 하는 상품으로만 취급된다면 평등보다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인류 전체에 보편적인 기술은 개발과 발전 이전에 사회적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보장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1976년작 영화에서는 뉴턴의 지구 도착 초창기의 모습은 생략되어 있다. 어떻게 언어를 학습하는지, 어떻게 인간의 모습과 의복을 습득하는지, 이런 내용이 건너뛰어졌다. 하지만 분량이 넉넉한 드라마이고 바야흐로 21세기의 영상 기술력을 이용해 새롭게 그려지는 이야기다 보니 디테일 차원이 보다 세밀하게 표현됐다.


어쨌든 앤시어인들은 지구인에 비해 훨씬 월등한 두뇌를 가졌음은 분명하다. 영화에서 뉴턴이 그러했고 드라마에서는 패러데이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외계인 패러데이는 이렇게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그 짧은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다. 패러데이라는 이름도 처음 자신을 조사한 여경의 이름이다. 여경 패러데이의 질문에 너무나 솔직하게 대답하는 패러데이지만, 외계에서 왔다고 말하며 2리터 물병을 단 몇 초만에 다 마셔버리는가 하면, 아주 작은 소리로 통화한 전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기억해 말하기도 하고, 중요한 임무가 있다며 남은 시간을 초 단위까지 말하는 모습이다. 즉 누가 봐도 딱 정신이상자다.


아무튼 이 조사과정이 패러데이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보호자를 묻는 질문에 지구에서 찾아야 할 ‘저스틴 폴스’를 거명하자 저스틴이 경찰서로 찾아오게 되니 말이다. 패러데이에게 중요한 사람이며 드라마에서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저스틴 폴스는 한때 천재적인 과학자였으나 지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생계를 이어 나가기에도 벅찬 상태다.



시즌제의 폐해

첫 에피소드에서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과 인물 등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 드라마의 특징은 원대한 처음과 흐지부지한 끝이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스토리나 사건, 인물이 정신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그러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경우 언제든지 과감하게 폐지해버리기도 한다. 뒷얘기가 궁금했던 몇몇 드라마가 있는데, 미국 드라마의 시스템으로 인해 과감하게 폐지되면서 얘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끝나버리는 예가 많았다. 시즌제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45년만의 변화

이 작품에서는 패러데이와 저스틴이 모두 흑인이라는 설정으로부터 연결되어 레게, 재즈, 소울 등의 음악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수시로 등장한다. 이런 소품들은 하나하나가 드라마의 주제를 환기시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또한 1976년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뉴턴을 시작으로 주인공 대부분이 남성이며 백인이었다. 악당 피터스만이 흑인 배우였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훨씬 다양한 인종이 나오고 선악의 구도에서도 인종적인 부분이 역전되어 있다. 엘리트 FBI 백인 남성이 악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40여 년의 세월이 여러 가지를 가능하도록 바꿔놓았음을 느낀다.


저스틴은 늙고 병든 아버지 조사이아 폴스와 딸 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저스틴은 아버지에게 약을 계속 조달하기 위해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사정을 이용하여 성적 착취를 시도하는 고용자를 걷어차고 차량을 타고 돌아가는 장면에서, 경찰서에서 온 전화를 받기 전까지 폭주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저스틴이라는 인물을 파악할 수 있다. 불의와 권력적 억압을 강박적으로 싫어하는 모습이다. 아마 그녀의 과거와 연결되는 사연이 있을 것 같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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