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개 방향 | 나의 느낌과 생각
이와 같이 드라마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는 코미디, 미스터리, 공포, 드라마, 휴머니즘 등 복합적 장르를 취하고 있다. 거기에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탄탄한 허구적 이야기를 전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중심이 되는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에 극적인 몰입감을 주는 연출과 판타지적인 CG 기법의 사용, 소소한 소품이나 음악을 이용한 반전 등도 훌륭하게 사용되었다.
패러데이가 저스틴의 가족을 만나 가족의 의미와 인간다움을 배우는 동안 스펜서는 시베리아에서 페이블 박사를 찾아내고, 생각지도 못했던 어마 무시한 비밀을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장면에서도 페이블 박사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1976년 데이비드 보위가 주연한 영화를 먼저 봐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연결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기계적인 사고에 따른 감정이 결여된 언변은 결국 저스틴의 가족 내에서 패러데이가 머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화가 난 저스틴이 패러데이를 떠나보내려 하자, 패러데이의 부탁을 저스틴이 거절하는 이유가 그녀의 아버지인 조사이아 때문이라고 판단한 패러데이는 자신의 에너지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조사이아를 회복시켜버린다. 조사이아만 건강해진다면 저스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충 두 번째 에피소드까지의 이야기다.
이후로 패러데이와 저스틴이 뉴턴의 지시대로 오리진 글로벌을 찾아내고 빼앗긴 기술을 되찾아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와 권력(CIA)을 거머쥔 스펜서의 야욕이 어떤 음모를 통해 어떻게 다가오는지, 오리진 글로벌을 두고 벌이는 자본주의적 경제체제 내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과거 뉴턴에게 행해진 만행과 이를 되풀이해서라도 신기술을 선점하려는 권력자의 모습을 비추고 있으며, 이해 반해 절망적인 인류의 이기적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저스틴의 가족을 통해 사랑과 우정을 배우고 느끼면서 상처와 아픔을 겪어가며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것을 깨달아가는 패러데이. 먼 과거 대가였던 뉴턴이 실패했던 임무를 이어받은 드론 패러데이는 과연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서 미국 드라마의 시즌제의 폐해를 밝힌 바 있는데, 이 드라마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는 총 10화 이루어진 시즌1에서 과거 영화의 내용을 잘 이어냈으며 시즌1의 마지막을 일단락 지으면서 끝냈다. 그러므로 시즌2가 기대되기는 하지만 시즌2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하나의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진다.
드라마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의 모든 에피소드의 각 제목은, 이젠 고인이 된 로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특색 있는 방법으로 그를 기리는 것이다. 다음은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자 데이비드 보위의 곡 제목들이다.
EP1. Hello Spaceboy (안녕, 우주에서 온 친구),
EP2. Unwashed and Somewhat Slightly Dazed (더럽혀지고 머리가 멍한),
EP3. New Angels of Promise (새로운 약속의 천사들),
EP4. Under Pressure (짓누르는 부담감),
EP5. Moonage Daydream (달 시대의 백일몽),
EP6. Changes (변화),
EP7. Cracked Actor (망가진 배우),
EP8. The Pretty Things Are Going to Hell (지옥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것들),
EP9. As the World Falls Down (세상이 무너질 때),
EP10. The Man Who Sold The World (세상을 속인 사나이).
끝으로 인간 본연의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원작을 현대의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끌어내야 하는 요즘의 영화나 드라마 관련 산업의 딜레마가 어떤 토대 위에서 잘 섞여냄으로써 훌륭한 작품성과 상품성을 모두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예전 영화에서 ‘소외된 존재의 주체성 혼란’이 부각되었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절망적인 세계보다 인간 화합을 통한 긍정적인 미래를 스토리에 따른 재미와 함께 잘 그려냄으로써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을 훌륭하게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드라마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무려 45년 만에 영화에 이어 새롭게 그려진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나라 콘텐츠도 이런 방식으로 피워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물론 1편과 거의 같은 2편은 의미가 없다. 주인공과 배경만 바뀐 같은 플롯과 유사한 사건의 전개 역시 실패하기 딱 좋다.
이 드라마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의 성공 요인은 과거 영화에서 이어져 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고 스토리와 구조, 주제, 인물, 사건 모두가 짜임새 있고 새롭다.
즉 전설처럼 굳어진 옛것을 꺼내어 현시점에 맞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채워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은 온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했을 때 매력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참으로 오랜만에 뿌듯하고 즐거운 이야기 여행을 거친 것 같아 아주 좋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