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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22. 202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 #2/5

서정과 폭력의 중간 어딘가에서

√ 내용 자체가 미리보기 수준입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중심 사건의 시작은 악당 프랭크의 만행으로 시작된다.

프랭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가서 ‘모뉴먼트 밸리’의 한 마을인 플래그스톤에 살고 있는 맥베인 가족을 살해한다. 맥베인은 두 아들과 딸이 있었고, 그날은 맥베인의 새 아내 질이 도착하는 날이기도 했다.


플래그스톤에 도착한 질. 기차역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특유의 클로즈업 장면에서 실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보인다.

바로 이 장면에서 질의 애타는 심정과 불길한 마음을 그려내며 잔잔하게 흐르는 그녀의 테마곡, 바로 <Jill's theme>다. OST 앨범에는 <L'America Di Jill>이라고 이탈리아어로 표기되어 있고, 영어판엔 <Jill's America>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영화는 이렇게 하모니카 사나이와 질이 기차를 타고 마을에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질은 기차역을 떠나 직접 맥베인의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마차를 타고 광활하고 황량한 사막을 지나는 길에 마차꾼은 질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주점에 들른다.

이 주점은 술도 팔고 말도 팔며, 대장간에서 말굽을 만들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주점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장소 같다.

급하다고 말했음에도 갑자기 주점으로 들어선 마차꾼을 따라 질도 어쩔 수 없이 주점으로 들어선다.

질은 늙은 바맨에게 물을 청해 보지만 물을 달라고 하는 건 ‘금기어’라고 말한다. 황량한 사막지대라 이 지역에서는 물이 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맨의 수다를 들어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들린다. 총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여 일동 ‘얼음’ 상태로 출입문을 주시하고, 잠시 후에 팔에 커다란 수갑을 찬 샤이엔이 나타난다.

샤이엔의 출현으로 주점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긴장한다. 이때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를 찢어내는 듯 울리는 하모니카 소리! 하모니카 사나이가 구석에서 유유히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다.

샤이엔과 하모니카 사나이 간에 바늘 끝에 올려진 듯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이후 샤이엔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샤이엔의 부하들이 우르르 주점으로 들어서고, 다행히 신경전은 별일 없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된다. 질은 그 모든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

Ⓒ www.imdb.com

이 장면은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일당백의 멋진 총싸움 대결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김이 빠지는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에서도 명장의 연출력은 돋보인다.

어두운 빛과 밝은 빛을 섬세하게 조절한 조명과 카메라 앵글을 이용해 공기의 흐름과 배우들의 식은땀마저 온전히 담아내며, 두 남자의 기세 싸움을 멋지게 표현했다.


질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맥베인의 집에 도착한다. 집에 가까워지면서 질의 얼굴이 다시 클로즈업된다. 그녀의 불길했던 느낌이 맞았던 것이다. 영상은 그녀의 감정을 담은 표정과 눈빛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질 앞에 놓여있는 것은 살해된 맥베인과 아이들의 누워있는 시체였다.


배우 ‘클라우디아 카디날레’의 눈빛과 표정 연기가 압권인 장면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그녀의 연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서부영화답게 대사가 많지 않지만, 배우들의 표정과 눈빛 연기는 많은 대사보다 더욱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 www.imdb.com

이렇게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그녀의 시련을 표현하듯, 훌륭한 연기에 걸맞게 그녀의 테마곡이 다시 백그라운드를 수놓는다.

이후 질은 맥베인의 아내로서 집에 혼자 남기로 한다.


주점에서 마주쳤던 샤이엔은 악명 높은 총잡이로 현상수배로 체포되었다가 탈옥하던 차였다.

샤이엔이 질을 찾아온다. 자신이 악당이긴 하지만 아이를 쏘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자신은 맥베인 가족을 죽인 살인범이 아니며, 누군가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라고 말한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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