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지막 네오 Dec 28. 2022

로봇에게 자아가 생긴 미래의 어느날

자동 고객 서비스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2021)

√ 스포일러 최대한 없게 써봤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2 중에서
자동 고객 서비스(Automated Customer Service)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8부작 옴니버스
☞ 오픈 : 2021년 5월
☞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고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는 미래. 어느 날 청소 로봇이 오작동을 일으켜 주인을 공격한다. 겨우 로봇을 격퇴하지만, 주변의 모든 로봇들이 원수라도 갚으려는 듯 몰려든다.




‘자동’이라는 말은 ‘편리하고 편안하다’는 뜻과 ‘편할지 모르지만 때로는 수동보다 더 큰 불편함’의 이중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자동이라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수용해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편안하다’와 ‘불안하다’는 완전히 다른 의미지만, ‘자동’이라는 한 가지 단어에서 모두 느낄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다.

‘편안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나 아닌 객체, 거기에다 감정이나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상대라면, 현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불안함은 항상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자동’이라는 말은 사람들의 욕구와 욕심이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현재보다 더 편리하고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원한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지만, 이 자체를 나 아닌 다른 객체에게 맡기고 자동으로 내가 원하는 바대로 해 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또한 편리함이란 지속적으로 영위해나갈 때는 의미를 잃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늘 불편함이 있고, 불편한 부분이 있어야 편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며, 불편함이 있어야 문명과 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편함을 무작정 부정적인 상황으로 판단한다. 모든 불편함이 무조건 편리한 상태가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편안하기 위해서 다른 누구 또는 무엇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올바르지 않다.

자아가 있는 인간이 지금까지 오랜 시간 역사적으로 겪어왔듯이, 인공지능이나 로봇, 안드로이드 등, 미래의 우리 생활에 함께할 객체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능력이 인간의 수준으로 가까워질수록 인간이 겪어왔던 자아의 독립과 주체적인 정체성의 추구가 그들에게 없으리라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에 빗대자면 이 애니메이션은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오늘날, 있는 자들의 품위 유지를 위한 생활 기반이 가난한 사람들의 피와 땀을 우려내 그 위에서 지어지는 것이라면, 뇌가 있는 누구라도 저항하는 것은 배우고 못 배우고의 문제를 떠나서 필연적인 항거의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본질적인 생존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이것은 21세기가 아니라 한 50세기가 된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 저항은 현재,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와 신자유주의적인 이념과 맞서고 있다. 세상의 모든 가치와 생명, 존엄, 윤리, 신뢰, 사랑, 우정, 믿음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는 가치들마저 시장원리와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저항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월등해지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월등해지면 결국 세상에 돈만 남고 사람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생명과 존엄의 훼손이 돈 몇 푼에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상황이 생겨나고, 이익과 손해 구조 안에서 계산된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자체는 의미가 사라지고, 모든 삶의 의미 또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발생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라’는 로봇 회사의 마지막 안내 멘트는 결코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불쾌한 내일을 일깨우는 개그 코드로 남는다.


SF가 가미된 발칙한 상상력을 뽐내는 <러브, 데스+로봇> 시즌답게, 위험하지만 기발하고, 장난스럽지만 진지한 물음에 대한 놀라운 상상력으로, 미래 세상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인간 사회의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는 작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