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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29. 2022

성장을 위한 도전

얼음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2021)

√ 스포일러 최대한 적게 써봤습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2 중에서
얼음(ICE)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8부작 옴니버스
☞ 오픈 : 2021년 5월
☞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온통 얼음뿐인 식민지 행성에 지구 출신의 아빠와 엄마, 형 세지윅과 동생 플레처가 살고 있다. 이 행성 사람들은 혹독한 환경 때문에 대부분 인체를 강화한 개조 인간들이다.

가족 중에 열여섯 살 소년 세지윅은 유일하게 개조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인간이다. 눈 하나 달린 나라에 가면 눈 둘 달린 사람이 괴물이 되는 것처럼, 이 행성에서 세지윅은 천연기념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인 나약함을 지적받고 주변으로부터 외떨어진 외톨이 신세다.

세지윅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생 플레처의 도움을 받아 멋지고 도전적인 경험을 한다는 스토리다.




개조 인간은 인조인간과는 다르다.

개조 인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던 것을 인간이 만들어낸 인조인간과는 달리 원래 인간이었던 몸을 부분 부분 기계화하여 강화한 것을 말한다.


낯선 행성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몸을 개조한 동생 플레처가 친구들을 사귀고 청소년들만의 문화에 참여해 즐기는 동안, 외톨이로 지내는 형 세지윅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미래의 지구가 아닌 혹독한 환경의 외딴 얼음 행성이라는 점 외에 네 사람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점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청소년들, 가난한 자들이 즐비한 암울한 골목길 등의 모습은 현실의 우리 모습 그대로를 투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에피소드 <얼음>에서는 다른 에피소드보다 훨씬 현실적인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과 ‘성장’이며, 타인들에 비해 육체적으로 비록 나약하다고 해도, 스스로 강하게 다잡은 정신적 의지에 따라서 약점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삶의 터전이나 환경, 배경과 상관없이 가족을 이루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해가는 데 있어 소년이 마주해야 할 도전과 극복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강하게 말한다.

“해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적응하는 법을 배워”


‘두려움에 눌려 움츠리고 회피하거나 숨어버리면 어떤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없고, 배움도 없으며, 당연히 성장할 수도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말 그대로 부딪혀 경험해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이겨내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 바로 ‘성장’인 것이다. 세지윅은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전’을 마음속으로 외친다.


동생 플레처가 친구들과 서리고래를 구경하기로 한 날, 세지윅은 자신도 끼워달라며 동생을 따라나선다. 출몰장소까지 가는 길은 엄청난 추위와 강력한 바람이 분다. 개조한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얼어붙은 바다 위를 유유히 나아가지만, 세지윅에게는 길을 가는 것 자체도 엄청난 시련이다.


충분히 강력하고,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즐기는 오락적 놀이일 때 남겨지는 것은 즐거움뿐이겠지만, 나약하고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려움에 도전하고 이겨내며 결국 극복해내는 것은 즐거움을 뛰어넘어 엄청난 성취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를 통틀어 삶의 이유이자 최종 목적일 수도 있는 것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동생 플레처의 배려도 돋보인다. 형제 사이의 우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자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북돋음’과 말보다 강력하게 전달되는 마음이 끈끈하다는 것 이상의 무엇으로 작용하는 관계. 가끔 오해도 있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밑바탕이 되는 이해와 배려로 상대를 바라보는 사이. 아무런 조건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고 희생할 수 있는 존재들. 그게 바로 ‘가족’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단편 에피소드야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짧은 시간 안에 주제와 인물, 스토리, 메시지까지 완벽하게 구성하여 영상에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도 어려운데, <러브, 데스+로봇> 시리즈는 상상력까지 가미한 볼거리까지 있어 관람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기발하고 환상적인 장면이나 특이하고 다양한 그림체, 아기자기하게 강조되거나 재미있게 표현된 소품과 개그 코드 등을 마주할 때마다,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과 노고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번 에피소드 <얼음>도 그런 면에서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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