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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29. 2022

영원한 젊음이 가능하다면?

팝 스쿼드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2021)

√ 스포일러 최대한 적게 써봤습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2 중에서
팝 스쿼드(Pop Squad)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8부작 옴니버스
☞ 오픈 : 2021년 5월
☞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죽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영위하게 된 미래.

형사 브릭스는 ‘번식자’로 불리는 사람들을 찾아내 처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보고 들으며 완벽한 줄 알았던 현실 세계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 자각은 곧 현실을 통째로 부정하게 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데…




실사에 가까운 정교한 그래픽이 일품인 작품이다. 주인공 브릭스는 영화배우 ‘리암 니슨’을 염두에 둔 것인지, 많이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만약에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늘 현실에서 불가능한 무엇인가를 ‘만약에’라는 가상을 통해 꿈꾼다. 그것은 때로는 소망이기도 하고, 가끔 금기된 무엇이기도 하다.

상상을 통해서라도 실현해보는 가상은 먼 과거에는 상상이었을지라도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인간은 오래전부터 수명의 한계, 늙어가는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란 존재가 갖는 삶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리는 획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은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결국에는 중국 전체를 통일시킨 엄청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스스로 ‘황제’라는 칭호를 만들고, 그 첫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의미로 자신을 ‘시황제(始皇帝)’라 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끼면서, 자신이 이룩한 업적과 권력을 영원토록 유지하기 위해 ‘불로초(不老草)’를 구해오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진시황의 예에서 보듯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유는 현세에 있는 ‘무엇’ 때문이다. ‘무엇’은 권력이 될 수도 있고, 부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엄청난 권력과 권위를 휘둘렀던 역사 속 인물이나 과학, 의학, 철학 등을 통틀어 그들이 죽음을 넘어서는 것을 꿈꾸거나 인간 생명 연장을 연구하게 된 주요 동기는, 대부분 인간적 한계, 즉 죽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현세에서 지금까지 이뤄낸 잃고 싶지 않은 ‘무엇’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모든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어쩌면 ‘생명’ 하나일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연한 것. 그래서 때로는 그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하고, 시선을 밖으로 돌려 다른 욕심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이 인간 어리석음의 시작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그러기에 근본적으로 주어진 ‘생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면서 소중하고 존귀한 것이다.

오만에 가득한 기득권자들은 이렇게 공평하게 주어진 ‘생명’마저 ‘차별적이고 계급적인 요소’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만약에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영원히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원한 젊음을 영위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상상에서 출발해 철학적 질문 앞에 멈추어 ‘생명’에 대해, 나아가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에피소드 <팝 스쿼드>다.

팝 스쿼드(pop squad)에서 [pop]은 미국식 약어로 ‘인구(population)’를 의미하고, [squad]는 ‘(경찰서의) 반 또는 계’, ‘선수단’, ‘분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pop squad]는 ‘인구 단속반’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 : 네이버 영어사전]


공권력에 의해 단속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금지되어있는 어떤 행위가 있다는 것이고, 여기에서는 ‘잉태’와 ‘출산’, 즉 인구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인구를 늘리는 행위가 범죄가 된 것일까?

이것은 ‘영생’, ‘영원한 젊음’과 관계되어 있다. 브릭스의 다음과 같은 대사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파티에서 아무도 안 나가면 사람을 계속 들일 수가 없지”


영원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귀와 영화를 만끽하며 사는 것은 영원히 젊은 존재들에게 있어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만끽할 수 있도록, 더 이상의 새로운 생명 탄생을 막아야 하는 ‘이기적인 합리화’ 단계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다.


현실의 소망인 ‘영생’이 이루어진 <팝 스쿼드>의 사회는 이 단계에 들어서서 이미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업무인 ‘인구 증가 억제’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브릭스 같은 인물이 사회 상류층인 것은 당연하다.


극 중 브릭스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앨리스는 이러한 미래 사회의 ‘이기적인 합리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대사를 통해 회춘 치료를 거부하고 영원한 삶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낳아 기르는 ‘번식자’에 대한 그녀의 부정적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브릭스는 장난감 중고용품점 ‘입스위치 수집품’에서 공룡 인형을 구입해 가는 이브를 미행한다. 버려진 듯한 초라한 집에서 딸 멜라니를 키우고 있는 이브 앞에 나타난 브릭스는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 같은 사람들은 왜 계속 아이를 낳습니까?”


그 질문에 이브가 대답한다.


“왜냐고요? 자신한테만 몰입해서 언제까지나 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요.”


한때 회춘 약품을 통해 218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이브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과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인터넷 은어로 ‘고인물’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되어 활력이 없고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상태 또는 그런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 ‘한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고 하는데,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는 진리는 비단 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옛사람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영원한 젊음, 영원한 삶은 환상적인 완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여있는 물과 같다. 물이 고여 썩어들기 시작할 때, 영원하다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


나 자신의 영생이 아닌 새로운 생명을 통한 새로움으로 가득한 모든 것. 미래가 희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태초로 돌아가 온갖 더러움에 오염되기 이전의 상태에서 선량하고 천진한 아이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 거기에 공허함이란 있을 수 없다.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며,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워야 하듯 산다는 것은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흐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섭리를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무엇이든 극복하고 섭리에 도전하고 변화시키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성취를 이루려는 행위 자체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을 떠나 사회나 국가적 공동체가 되었을 때, 서로에게 끼치는 관계에 대한 결과로써의 관여에서,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개인에게 강제되는 부분이 이기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옳고 그름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모두에게 선(善)이 되는 방향에서 합의된 결과를 찾아야만 획기적인 기술이든, 과학적 성과든 진정한 발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미래, 희망, 삶, 죽음, 행복…

인간이 바라는 모든 것은 개인과 집단을 넘어 인류 모두와 주변을 둘러싼 세계와도 관련되어 있다. 그러기에 이기적인 욕심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에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당장, 오늘에 대한 더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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