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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an 10.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강제 철거에 대한 생각

일상으로의 회귀 - 정치·사회편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회관에 전시되었던 작품 80여 점이 1월 9일 새벽 기습적으로 강제 철거되었다.




작품의 면면을 보니 현재 정부 하에서 철거를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싶은 수준의 풍자였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이렇게 표현하면서 전시회를 연다면 아마 모두 총살당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독재자가 ‘존엄’으로 행세하는 나라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백하게 명시되어 있는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이런 작품 전시회마저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작품들마다 이렇게 수준 높고 적절한 풍자가 있을까 싶은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북한 못지않은 독재적 권위를 앞세우고 있는 현 정부의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인사들의 눈에는 좀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철거 이유를 살펴보니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사용 내규>의 제6조 제5항을 주된 이유로 들었던데, 그 내용은 이렇다.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이런 경우에 사무총장이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대통령은 특정 개인이 아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당장 현실의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 어디에 ‘비방’이 들어있나? 비방은 근거 없이 헐뜯는 것을 말하는데,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은 비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권리’, ‘사회윤리’, ‘공중도덕’의 침해 부분인데, 공인으로서 대통령의 권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보호하라고 국민에 의해 주어진 권리이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그건 권리가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또한 권리만 앞세우고 책임은 회피하는 입장에서 내놓을 해석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대통령과 영부인이 대통령과 영부인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풍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므로, 공인으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의 권리 침해를 외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윤리’, ‘공중도덕’도 마찬가지다. 공공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작품을 참관한 공공의 다수가 각자 판단할 문제인 것이지, 해당 당사자가 사회적 윤리에 어긋난다거나 공중도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사견’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의중을 반영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작품 전시회를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이라 표현했는데, 나 또한 사견을 덧붙이자면 '국가의 원수(元帥)'아 아니라 '국가의 원수(怨讎)'가 되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이 현명하리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하나하나 따져보았을 때 내린 결론은, 이번 전시회 강제 철거는 권력자의 개인적 분노를 원시적 행태로 실행한 철저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맞다.


그리고 이런 잡음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유발했다. 그래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서 감상해보기로 했다.


먼저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참 불만이다. 아무리 풍자라지만 좀 현실적으로 표현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몸매가 너무 좋다. 원작에서 패러디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무튼 저 거대한 칼날이 무섭다.

칼날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분명한 메시지를 담은 풍자적인 예술작품이 맞는 것 같다.


2022년 최고의 영화로 꼽혔던 <헤어질 결심>을 패러디한 작품. 아! 이 작품의 작가는 어휘에 대한 천재가 아니실까 생각했다. 꼼꼼하게 ‘천공’까지 빼놓지 않고 담아낸 것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술 좋아한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일간지에 만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인데, 왜 인격모독이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

다리에 묶인 욱일기가 그려진 넥타이가 눈에 띈다. 의미심장하다.


캬~ 대한민국의 암울한 한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들 모두가 지금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 할 말이 무척 많은 작품이지만, 그 얘기를 다 풀자면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올라갈 것 같아 오늘도 참는다. 그저 보고 싶지 않은 꼬락서니를 또 보게 되어 식욕이 살짝 떨어졌다.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것인가? 모두가 왼손을 이용한 미국식 욕을 날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뭐, 더 자세하게 감상평을 늘어놓고 싶지만, 비방이니 비난이니 난리를 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한다.


아무리 사실 그대로를 정확한 메시지를 담아 그려낸 풍자화라고 말해도 그 메시지 자체에 화를 내며 또 ‘법과 원칙’을 꺼내 들고 ‘법적 절차’ 운운할 것이 뻔하므로, 힘도 없고, 눈치나 봐야 하는 개·돼지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검열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몇 가지 정말 궁금한 것을 좀 묻고 싶다.

왜 권력자의 권리는 인정되는데 예술인들의 권리는 무시되는가?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

왜 권력자의 분노는 바로 현실에 적용되는데 국민의 분노는 모른 척 무시되는가?

도덕과 윤리를 말하는 그대들은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 그리고 왜 당신들은 항상 예외인가?


법이든, 도덕이든, 윤리든 간에 자기 자신들에게 먼저 적용하기 바란다. 타인에게 손가락질하고 화를 내려거든 적어도 자기 몸에 잔뜩 묻어있는 똥 냄새는 풍기지 말아야 겨 묻은 개도 제 몸에 겨라도 털어낼 것이 아닌가!


그림을 포함해 음악, 연극, 영화, 사진, 미술, 문학, 무용, 조형 등, 모든 예술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면에는 모두 그 시대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요, 작품의 생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패러디와 풍자는 그 무엇보다 현시대에 필요한 예술 활동의 하나라고 본다.


비록 공인된 작가도 아니요, 유명한 글쟁이도 아니고, 게다가 거의 읽어주는 사람도 없는 글을 쓰고 있지만, 나 역시 내가 쓰는 글에 나의 생각과 신념을 양심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육체에 가해지는 여러 형태의 폭력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인간이기에 ‘목에 칼이 들어와도’를 외칠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이기에 ‘자유’를 외치는 것이다.


그것이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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