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지막 네오 Jan 12. 2023

나미의 ‘슬픈 인연’

일상으로의 회귀 - 음악편

한 곡의 노래에도 알고 들으면 많은 사연이 들어있다.

나미의 <슬픈 인연>도 그런 노래 중 하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경고 없이 불쑥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그 ‘치밀어 오른다’는 표현 능력이 부족한 글쟁이의 한계라 달리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사실 감정이 북받친다거나 참을 수 없는 감회에 젖는다거나… 에휴, 그냥 한계를 인정한다.

아무튼 표현이 어려운 뜨거운 감정이 뜬금없이 솟구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면 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바로 나미의 ‘슬픈 인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와 관련하여 특별한 추억이 없다. 그런데도 아련한 옛 추억이 바람처럼 가슴을 휩쓸고 지날 때면 입가에서는 이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아마도 어떤 감정이 실린 단어나 말과 같이 이 노래의 멜로디에도 그런 맥락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내게도 ‘슬픈 인연’은 있었다. 마지막 뒷모습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지금도 이별에 승복하기 어려운 이별을 해야 했던… 그리고 그때는 너무 어렸음이 아픈, 그만큼 달콤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 시절 그 순간, 사랑에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잊을 수 없어 여전히 그리워하며 하릴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이 노래의 가사에서처럼, 그 운명이 지금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사랑보다는 눈물이 더 많을 것을 알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며 눈물짓곤 한다.


이토록 애잔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이 노래는 발표 당시만 해도 김명곤이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사실은 일본의 작곡가 오자키 류도(宇崎竜童)라는 사람이 만들어 나미에게 선물한 곡이라고 한다. 나미에게만 아니라 일본의 엔카 가수인 하시유키오(橋幸夫)에게도 선물했다고 하는데, 그가 일본에서 갑작스럽게 먼저 발표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한국어 가사를 붙여 발표한 곡이 바로 ‘슬픈 인연’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1984년 10월 발표한 일본어 버전과 1985년 5월 발표한 한국어 버전이 있다.


일본어 버전의 ‘슬픈 인연’ [출처 : www.youtube.com]


일본어 버전의 가사는 한국어 버전에 비해 상당히 여성적 시각과 구시대적 여성의 연애 감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일본 토속적인 느낌으로 표현한 ‘인연’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가수 나미는 1956년 11월 11일생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보다도 한참 누님이다. 본명은 ‘김명옥(金明玉)’으로, 정말 특이한 점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1967년에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니 어려서부터 확고하게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과 클럽을 다니며 공연을 하던 중에 만난 이탈리아 뮤지션 ‘프랑코 로마노’의 눈에 띄어, 그의 도움으로 1979년 ‘영원한 친구’라는 곡을 통해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하여 곧바로 스타가 된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나미의 파란만장한 인생 얘기는 여기에 담을 내용은 아닌 듯하여 생략한다. 다만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어린 나이에 뛰어든 연예계에서 작고 귀여운 외모의 여가수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 거의 마흔이 될 때까지 혼신을 다해 자신만의 꿈을 펼쳐낸 얘기를 마주할 수 있다.

[참고 및 출처 : 나무위키-나미]


앞서 일본어 버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국어 버전의 ‘슬픈 인연’은 정말 ‘딱 나미 아니면 안 돼!’라고 외치고 싶은 곡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한 것 같지만 코맹맹이 소리가 섞인 것 같고, 그렇다고 우스운 느낌이 아니라 처연하고 슬픈 음색이 강한, 이색적이고도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녔다. 게다가 그녀의 창법에는 흑인 음악의 영향을 받아 흐느적거리면서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는 특이점이 있다.


이런 음색의 특징은 후배 가수 중에 백지영이 댄스곡보다 발라드를 불렀을 때 음색이 곡 안에 스며드는 느낌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백지영의 음색도 댄스곡보다 슬픈 느낌을 풍기는 발라드에 더 맞는 것이다. 물론 백지영의 목소리도 훌륭하지만 나미와 비교했을 때는 좀 더 현대적이고 섹시한 느낌이 있어, 같은 발라드라도 묻어나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아! 이런 분석병! 좀 감성적이고 감정이 충만한 느낌으로 쓰려고 했는데… 실패한 것 같다.


어쨌든 먹구름 낀 저녁 하늘을 바라보다가, 붉은빛 감도는 하늘을 보면서 뺨을 스치는 바람에 화답하듯 저절로 흘러나온 노래 한 소절에 대한 느낌을 남기고 싶었다.


나미의 '슬픈 인연' [출처 : www.youtube.com]


작사 : 박건호
작곡 : 오자키 류도우(宇崎竜童)
노래 : 나미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달콤했었지 그 수많았던 추억 속에서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우리 어떻게 잊을까

아~ 다시 올 거야 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아~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나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아래는 숱한 리메이크 중 몇 곡 골라봤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나미 누님의 노래만 한 호소력을 가진 곡은 없다는 생각이다.

리메이크의 단점은 원곡의 느낌과 차별화하기 위해 어설픈 기교와 편곡을 가해 노래에 실린 감정보다 때때로 기교나 억지스러움이 더 부각된다는 점이다. 끝.


아이유의 ‘슬픈 인연’ [출처 : www.youtube.com]


씨스타 효린의 ‘슬픈 인연’ [출처 : www.youtube.com]


박화요비의 ‘슬픈 인연’ [출처 : www.youtube.com]


015B의 ‘슬픈 인연’ [출처 : www.youtube.com]



매거진의 이전글 <굿바이전 인 서울> 강제 철거에 대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