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칼을 꽂고 걷다
봄비 같은 겨울비 내린다.
봄은 아직 멀었건만,
봄비 같은 겨울비 내린다.
아무리 봄비인 척해도
작은 풀잎들은 안다.
지난밤 꽁꽁 얼려 짓밟아
툭툭 부러지던 뼈마디
작은 풀잎들은 안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틀어막아도
기어코 봄은 온다.
겨울비 같은 봄비라 해도
봄비 나부껴라.
지난봄 그리워하매
다가올 봄 야속해도
내 천천히 기다리며
겨울비 안에 누으리니.
봄비 같은 겨울비 내린다.
차마 봄 멀다 한들
내 천천히 기다리며
겨울비 맞아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