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회귀 – 생활·문화편 : <골때리는 그녀들>
2021년 2월, 파일럿 편성으로 시작된 <골때리는 그녀들>. 2023년 1월 현재 시즌2가 끝나간다. 1월 26일 현재, 횟수로 총 77회(파일럿 제외) 방영했다.
이쯤에서 열혈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발랄하게 내 마음대로, <골때리는 그녀들> 최고의 선수 베스트 10을 뽑아보려 한다.
나는 일단 TV 자체를 잘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예능 방송을 보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그 이전에 유일하게 시청하던 <정글의 법칙>이 코로나로 인해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 뒤, 그나마 유일하게 위로가 되던 <불타는 청춘>마저 방송에서 사라지면서다.
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어떤 하나의 프로그램에 꽂히면 그 방송은 ‘다시 보기’를 통해서라도 꼭 챙겨본다.
<정글의 법칙> 같은 경우, 당시 방영 중이던 몇 편을 보다가 ‘아, 정말 좋은 방송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무려 2011년 10월 첫 방송부터 모두 찾아서 시청하기도 했다.
김병만이야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개그보다는 ‘달인’으로 불리던 사람이고, <출발 드림팀>을 통해 신기에 가까운 운동 능력을 보여주곤 헸다. <정글의 법칙> 두 번째 방송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아무튼 자기도 무서웠다며 눈물을 보이는 모습에 ‘아, 재미로만 볼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불타는 청춘>도 마찬가지다. 처음 파일럿부터 마지막 회까지 빠짐없이 모두 봤다. 퇴역 연예인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여행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마다 인간적인 모습과 잘 몰랐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저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며 푹 빠졌더랬다.
스타로 좋아했지만, 동경하던 스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 생활상을 보며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은, 약간의 연출이 가미된 것이라 해도 색다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저 기타만 잘 치는 줄 알았던 전설의 록그룹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의 순박한 매력이라든가, 화려한 무대에서 춤 잘 추는 디바 이미지로만 알았던 김완선의 옆집 누나 같은 모습, 씩씩하고 화통한 모습 뒤로 무척 외로워 보였던 신효범, 여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최성국, 방송을 통해 결실로 맺어진 김국진과 강수지, 그리고 어려운 과거를 떨치고 새로움을 찾아간 김혜선, 나이 먹어도 소녀 같았던 홍진희의 모습도 반가웠고, 까칠한 듯 포근한 누나 양금석,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열심히 활동 중인 임오경 등.
그 외에도 거명하고 소개하고픈 사람들이 하나 가득하지만, 일단 오늘의 주인공은 <불타는 청춘>이 아니므로 아쉽지만 여기에서 접는다.
그중에 개띠 박선영의 등장은 신선했다. 처음에는 덤벙대는듯한 행동과 성급한 빠른 말투 등, 잠깐 나오는 게스트 수준으로 비중 있게 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기까지, 그녀의 부지런함과 솔선수범, 착한 마음씨, 건강한 체력 등 나무랄 데 없는 사람임을 알아갔다.
마치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느낌이랄까.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모두를 챙기고, 남성들도 꺼리는 일에 먼저 나서기도 하고, 성격마저 털털하고 시원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출연진은 스텝들과 내기 풋살 시합을 한다. 결과는 처참하게 진다.
모두 한결같이 박선영의 부재를 아쉬워했고, 그 이유는 몇 회 후에 다시 벌어진 스텝들과 여자 출연자들의 풋살 시합에서 드러난다. 박선영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
이렇게 <불타는 청춘>에서 재미로 시도했던 여자 풋살, 그것을 확장해서 박선영이라는 캐릭터를 가져와 2021년 설날 특집 방송으로 방영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골때리는 그녀들>이 탄생하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맨 이수근과 SBS 아나운서 배성재가 각각 예능과 스포츠계의 전문가들답게 스피커를 채우고, 꾸며진 예능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시합에 임하는 여자들만의 혈투!
각자 자신들이 속한 분야를 대표하며 유니폼을 입고 뛴다. 서로 처음 만나서 팀을 꾸리기도 하고, 어느 정도 친한 사이가 뭉쳐 팀을 꾸리기도 했다.
예능적 재미는 이수근 혼자서도 충분했다. 그녀들은 예능을 넘어 진심을 담아 이기기 위해 땀 흘리고, 도전과 성취를 위해 달렸다. 스포츠 정신을 배우며 땀 흘리는 즐거움과 냉혹한 승부가 걸렸다.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거의 모든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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