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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Feb 09. 2023

인간들아, 제발 정신 차려라!

나이트 오브 미니 데드 2/2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3(2022)

√ 스포일러 그저 그렇습니다. 그래도 혹시 걱정되시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목 : 러브, 데스+로봇 시즌3 중에서
   나이트 오브 미니 데드(Night of the mini Dead)

크리에이터 : 팀 밀러, 데이비드 핀처, 제니퍼 밀러, 조시 도넌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년도 : 2022년, 총 9화 완결
장르 : SF, 스릴러, 호러
등급 : 성인용


좀비의 어원은 콩고 단어인 은잠비(Nzambi, 신)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단어는 부두교의 뱀 로아(신령)인 담발라 웨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는 뱀을 숭배했는데, 폰(Fon)과 에웨(Ewe) 부족 사람들은 중성적 성향의 뱀에 대하여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뱀이 세계의 창조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하나의 신화로 존재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아프리카의 ‘베넹’이라는 곳의 건축물은 뱀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고, 가장 오래된 건축물에도 이러한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뱀을 모시는 ‘우이다 사원’은 베넹에서도 유명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러한 아프리카 토속 신앙이 악마적 의식과 같이 인식된 데는 당시 아프리카를 침탈한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 ‘이단’이나 ‘마녀 숭배’ 수준으로 폄하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의 뱀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를 속여 파멸로 이끄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캐릭터가 바로 <사탄의 인형>의 ‘처키’다. 이 영화로 인해서 부두교나 아프리카 뱀의 신 담발라에 대하여 더욱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났을 것으로 생각되나, 실제 담발라는 피 냄새나 피를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고, 담배나 알코올을 무척 싫어하는 신이라고 한다.


ⒸNetflix


인간이 말하는 신(神)이라는 존재 자체가, 최초의 생겨남이 대부분 인간의 간절한 소망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의도적인 ‘악함’을 배경으로 가진 신은 거의 남아나지 못했음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 가자면, 하나님이 되었든 부두교가 되었든 간에, 그렇게 숭고해야 할 영혼에 대한 능욕이 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적인 재미를 위한 표현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현실에 담아냈을 때 깊이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따져볼 것은 과정이다.

좀비가 왜 생겨났는지, 그들이 왜 사람을 무는지, 왜 물린 사람들도 좀비가 되는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사실 좀비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그런 상황 자체를 따지고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그러나 좀비는 상징일 뿐 실제적으로는 질병일 수도 있고, 정치적 붕괴나 의학적인 실패일 수도 있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의 총책임자가 어느 날 기분 나빠서 핵무기를 발사할 수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다.

위기의 상황이 되면 강대국, 약소국,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서민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그에 대응하고 대접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아니라고 본다.


이 작품에서도 좀비가 확산해갈 때 미국 대통령의 딱 한 마디 대사는 ‘우리 영토에는 안돼!’뿐이었다. 또한 거기에 대한 대응으로 전투기를 출격시켜 폭탄을 쏟아붓는 것이 다였다.

이게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아주 높다.


화자가 맨 마지막에 우주적 시점에서 은하계의 아주 하잘 것 없는 점 하나가 ‘뽁!’하고 사라지듯 표현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을 풍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Netflix


이제 21세기에 들어섰고,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헤아려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도 이념, 인종, 편견 등등으로 구획된 채 서로 죽고 죽이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제 ‘인류’를 위협하는 차원의 위험이 여기저기에서 실제로 발발하는데도 인류는 여전히 시기와 질투, 이기심과 욕심 같은 극히 작고 미흡한 이유에 목숨을 걸고 있다.


기존의 ‘예술’이 개인적인 각성이나 감성에 호소한 부분이 있었다면, 편리하게 부르는 대중매체의 입장에서 비주얼적인 재미에 얹어 이만큼의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는 표현 이상의 찬사를 주고 싶다.


이 작품 <나이트 오브 미니 데드>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미 훌륭한 작품일뿐더러, 사실 숨겨진 부품 하나하나를 찾아 얘기하자면 지면은 더 늘어야 할 것 같다.


빅뱅으로 시작한 우주가 현재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한없이 부족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은 또한 어느 시점에 서 있는지, 그리고 지구는 인류에 대한 선택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 사람이 만든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 전체 시리즈를 보면서, 점점 느끼는 핵심을 딱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간들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제발 좀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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