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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Mar 13. 2023

새로운 <골때리는 그녀들>

일상으로의 회귀 – 생활·문화편 : <골때리는 그녀들>

지난 3월 8일 방송한 <골때리는 그녀들>은 새로운 챌린지리그의 시작이었다. 우선 이미 방송된 것이므로, 까놓고 두 팀의 경기를 소개하면서 결과까지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FC 발라드림
정대세 감독 : 서기, 경서, 리사, 서문탁, 민서 / 케이시

FC 스트리밍파이터
최진철 감독 : 깡미, 앙예원, 심으뜸, 일주어터, 진절미 / 이수날     


결과는 스밍파가 1:0으로 승리였다.


챌린지리그의 첫 게임인 <발라드림>과 <스트리밍파이터(이하 스밍파)> 간 경기의 진정한 승리자는 최진철 감독이다.



평가전을 통한 냉정한 검증과 부족한 부분을 짧은 시간 내에 커버할 수 있는 전략, 거기에 풋살의 특징을 정확하게 적용한 훈련으로, 기존팀에 비해 많은 차이를 보였던 <스밍파>를 건져 올리는 요행을 성공시켰다.


반면 <발라드림>은 상대팀의 리듬을 따라가는 팀이다. 간혹 그런 팀이 있다. 즉 강한 팀을 만나면 강해지고 약한 팀을 만나면 상대 팀에 맞춰 약해진다.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잘한다는 약간의 자만이 그들의 약점 중에 가장 큰 약점이라 하겠다.


방송에서 서문탁이 맏언니로서의 무게감에 초점을 맞춰 자기가 들어온 이후로 한게임도 이기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장면이 나왔다.

몸을 움직여 승패를 결정하는 스포츠에서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나이가 많다는 점은 스스로 어찌 바꿔낼 수 없는 현실이고, 젊은 사람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등한 것은 당연하다. 신체적인 활동량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연륜으로 앞설 수 있는 것, 즉 정신적인 강인함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팀 내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

냉정한 승패를 결정지어야 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패배를 전제로 자신을 자책하려거든 팀원이 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다. 팀원이 된 이후에 하는 자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이든 팀으로든 플러스 요인이 전혀 없고, 그저 다른 팀원들에 비해 많은 나이와 체력적인 배려를 바라는 호소가 될 뿐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죽고 죽이는 전쟁이나 싸움이 아니다. 물론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야 하는 냉정함이 있는 세계지만, 승패에 앞서 동료애(팀워크)와 자기 극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고 느끼는 만족감, 성취감, 행복감이 더 중요한 것이다.


팀 스포츠의 특징은 팀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 간에 실력 격차(신체적, 정신적 모두)가 크면 클수록 약해진다. 즉 구성원 중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팀원들보다 실력이 월등하다고 해도 나머지 팀원 중 한두 명의 실력이 평균 이하라면 그 팀은 약한 팀이다. 그리고 그런 팀보다 더 약한 팀은 그런 격차를 인지하면서도 암묵적으로 서로 반목하는 팀이다.


<스밍파>는 팀원 내부의 실력과 체력적인 차이가 큰 팀이다. 따라서 차후에 팀워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골때녀 자체가 예능 프로그램이고, 특히 대중의 관심에 예민한 유튜버들로 구성된 구성원을 볼 때, 스포츠의 의미 자체보다 유명한 예능 방송에 출연하여 자기 콘텐츠 홍보라는 측면의 참여 동기가 더 설득력이 있으므로, 팀 대결인 풋살 게임의 특성인 조직력 면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짧은 시일 내에 팀원 교체나 팀 내 갈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한 달 전 평가전에서 보여주었던 체력적 한계가 마치 연출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번 게임에서 보여준 체력적인 변화는 사실 이해가 쉽진 않다. 팀 전체가 젊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에서 결승골이 된 한 골은 실력이라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본다.

이후에야 어찌 전개되든, 첫 게임에 나서는 <스밍파> 팀원들은 의욕이 넘쳤고, <발라드림>은 상대를 얕잡아본 결과일 뿐이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스밍파>의 이후 게임은 이전에 <아나콘다>처럼 계속해서 패배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 예상은 최진철의 존재로 인해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최진철은 연륜, 경험, 성품, 노력, 영리함을 모두 갖춘 지도자다. 그러나 최진철은 감독일 뿐,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과 화합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

왜냐하면 선수들의 초심과 기대는 생각보다 오래지 않아 흐트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력이든 운이든 뭔가 기대치에 들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균열이, 일이 잘 풀리지 않기 시작하면 표면에 드러나는 이치를 생각해 보면 예상이 어렵지 않다.


그런 점에서 <스밍파>는 이번 <발라드림>과의 경기에서 차라리 사람들의 예상대로 큰 점수 차로 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경기 후 최진철도 바로 그 지점을 우려했다. 나 역시 <스밍파> 선수들이 좀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이번 <발라드림>과의 경기에서 크게 졌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스밍파>가 <발라드림>을 3대 1로 이겼거나, 그 이상의 점수 차로 이겼다면 분석은 달라졌겠지만, <스밍파>가 <발라드림>을 상대로 따낸 1점은 실력이라기보다는 ‘행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판단이고, 그 예는 팀 <원더우먼>의 데뷔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승리에 자성이 있을 리 만무하고, 또한 처음이 강렬하면 그만큼 빨리 시들 확률 또한 높다.


최진철 감독 개인의 승리라고 표현한 건 이번 게임이 최진철이 예상한 거의 그대로 현실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거기에는 선수들의 부족함까지 안배한 철두철미한 준비가 있었다. 반대편에 선 정대세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노련미와 성급함의 대결이었다고나 할까, 정대세는 공격수고, 최진철은 수비수다. 축구를 이해하고 전개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최진철은 골때녀에서 여러 팀을 맡으며, 국가대표 시절 알았던 축구가 아닌 골때녀 틀에 맞춘 전략을 구사할 줄 아는 반면, 정대세는 새내기 감독답게 자기가 해왔던 축구를 적용하면서 오히려 이전 <발라드림>의 특징이 싹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신생팀이자 기초적인 수비 전략으로 나선 <스밍파>에게 패배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번 게임을 보면서 서기와 경서의 콤비 플레이는 강력하긴 하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너무 의존적이라는 단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상대 골문 앞에서 서로 양보하는 예의를 지키려거든 승패를 겨루는 풋살 말고 다른 교양 프로그램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으리라. 어린 친구들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한 모습도 보인다. 뭔가 눈에 띄는 결과를 내야만 한다는 압박은 내부적으로 두 사람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스밍파>의 경우에는 깡미와 심으뜸이 돋보이긴 하지만, 다른 멤버들과의 체력, 의지, 피지컬 등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스밍파> 팀원에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사실 이런 격차가 아니다. 공중파 방송에, 그것도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자칫 어깨에 ‘뽕’이 들어가는 현상을 가장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여러 가지 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큰 적은 ‘자만’ 또는 ‘오만’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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