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름답다는 표현 이외에 무엇으로!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by 마지막 네오

이제 길게 이어온 이야기도 끝이 보인다.


다시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08년 9월, [봄여름가을겨울]의 20주년 기념앨범이자 8집 앨범이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마지막 정규앨범인 <아름답다 아름다워>가 세상에 선을 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8집 <아름답다, 아름다워!>(2008,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1988년, 단조로운 기존 가요계의 정체를 시원하게 뚫어주었던 [봄여름가을겨울]이 새로운 음악으로 무장한 앨범을 들고 나타난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그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많은 히트곡으로 남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이어오면서도 유혹의 손길이 무성한 한국 연예계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남아주었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음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농축한 음악 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감을 남겨주었다.


[봄여름가을겨울] 8집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는, 개인적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정서가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첫 앨범이던 1집 때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를 나누어 붙인 연주곡들과 사랑, 추억, 철학, 인생, 따스함, 고독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첫 연주곡인 <자두빛 와인과 그녀의 웃음>(봄)은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과 햇살이 가득 내리는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여유와 편안함이 넘친다.


두 번째 트랙의 <Thank You Song>은 연주가가 도전한 아카펠라 곡이다. 이 곡이 만들어진 시기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2013년 현재 시점에서 들어보면 왠지 가사가 쓸쓸하게 들린다. 이 곡은 김종진과 전태관이 서로에게 우정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의미도 있고, [봄여름가을겨울]이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의미도 있다.


다음 곡 <사랑은…>은 ‘기적과 같은 벅찬 사랑’, 딱 그 느낌을 담은 발라드이다. 일종의 점층법이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반복은 격정으로 치닫는 감동을 선사한다.


[봄여름가을겨울] 특유의 비트를 느낄 수 있는 록발라드 곡 <인생 뭐 있어?>는 이전 앨범에서 이어온 김종진 특유의 삶에 대한 철학을 다시 한번 관조적으로 표현했다.


이어지는 <슬퍼도 울지 않을 거야> 역시 내용 면에서 삶의 연륜을 담아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이기도 하다.


여섯 번째 곡인 <순이야>는 시간 여행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련하게 피어나는 기억.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 한복판에 서 있는 이방인으로서의 우리. 시간은 흘러 기억이 희미해졌을 때, 문득 지쳐 주저앉아 올려본 하늘.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아쉬움과 허탈함에 불러보는 이름… ‘순이’가 그립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마저도 편리와 필요, 즉흥적인 감정에 의해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로 변질된 것은 아닐까? <지하철 Love Song>은 이런 만남과 이별에 대한 외로움과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제아무리 세상이 첨단의 변화로 바뀌어 가도 세상을 살아가는 건 사람이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생겨났다가 소비되고 있다. 사람의 감정과 기억은 그 템포에 맞춰내기에는 박자가 너무 다르다.


앨범 제목과 같은 연주곡 <아름답다, 아름다워!>(여름)는 <페르시아 왕자> 이후 버전업 된 아라비아풍 멜로디와 정열적인 스페인 음악의 퓨전이면서 클래식 연주곡과 같은 느낌까지 있다. 이화여대 배일환 교수의 첼로 연주와 김종진의 기타가 협연한 멜로디는 스페인 음악 특유의 정열적인 느낌도 있지만 동시에 슬프고 우울한 느낌도 있다.

이런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느낌, 달리 표현이 어려워 탄성처럼 말한다. ‘아! 아름답다. 아름다워’. 탁월한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거기에 팀파니와 심벌즈의 임팩트까지 더해져 후반부에는 웅장하면서도 절제된 마무리까지! 정말이지 [봄여름가을겨울]의 20년 연륜이 느껴지는 명곡이다.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통해 뜨거운 태양의 계절로 들어섰다.


<그대는 나의 평화>, <첫사랑>은 사랑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사랑은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으로 빛나건 순식간에 가슴 벅차게 만드는 사랑이다.


정열적인 여름을 지나 가을을 그린 연주곡 <호수 위로 철새는 나르고>(가을)가 흘러나온다.

아! 가을 저녁, 노을 물든 먼 산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바람은 창공을 달려 광활한 갈대밭을 훑고 지나 호수의 물결을 스친다. 찬바람에 놀라 하늘로 날아오르는 무수한 철새들, 그 날갯짓마저 고요한 풍경의 일부로 만들어 버리는 노을의 풍광이란! 다시 한번 ‘아름답다’라는 감탄 이외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던가, 어느새 반백 년을 살았다. 찬란한 젊음을 지나 보낸 어느 날, 가을 저녁의 노을 지는 저녁에 한잔 술 앞에 앉았다. 이제는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고, 중년으로 처분되며, 꼰대라고 불린다.

<남자의 노래>는 중년 남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도 가사지만, 무엇보다 우리 대중가요에서 찾아보기 힘든 중년 남성의 현실을 대변하고, 당당함으로 위로하는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마지막 연주곡인 <형의 기타>(겨울) 역시 <아름답다, 아름다워>와 유사하게 스페인풍 멜로디가 느껴지는 곡이다.

쓸쓸한 쉼표처럼 공간을 흘러가는 기타 소리… 여기에서 형은 누구일까? 개인적인 짐작으로는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한상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자면 또 하나의 긴 글로 따로 써내야 할 만큼 우리나라 음악 계보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1960년생인 한상원은 김종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21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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