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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Apr 08. 2023

길복순(2023) #1

공정하기 힘든 공정함

☞ 스포일러 많습니다. 참고하세요.

제목 : 길복순(Kill Boksoon)
감독 : 변성현
출연 : 전도연(길복순 역), 설경구(차민규 역), 이솜(차민희 역), 구교환(한희성 역), 김시아(길재영 역)
개봉 : 2023.03.31.
국가 : 한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채널 : 넷플릭스 ©NETFLIX


01. 줄거리 요약

킬러 길복순, 겉보기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의 성공률 100% 킬러다. 그러나 10대 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킬러 생활을 그만두려고 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는 그런 그녀를 조직에 붙잡아 두기 위해 마지막 임무를 지시하는데, 마지막 임무가 석연치 않다.

회사의 규칙을 어긴 길복순은 모든 킬러들의 타깃이 되고, 딸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혈전을 준비한다.

02. 공정하기 힘든 공정함

영화 <길복순>의 첫 장면은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킬러=액션이라는 공식하에 재일교포 2세이자 야쿠자인 오다 신이치로(김광일, 황정민 연기)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다.

잠들어 있는 오다를 도로 한복판까지 옮겨 놓을 능력이면, 잠들어 있는 오다를 죽이는 건 더 쉬운 일이었으리라.

여기에서 길복순의 심경 변화가 딸 재영과의 대화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주면서, 길복순이 유명한 킬러이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특이한 상황임을 한꺼번에 소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소개는 딱 봐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으면서도 인물에 대한 가장 굵은 선을 한 번에 보여줌으로써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객으로 하여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딸 재영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엄마면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하기보다는 정당하게 경쟁하는 법을 가르칠 거야”


맞는 말이다. 정당한 경쟁, 그런데 재영이 간과한 점은 정당함이 인정되는 사회적 배경인 것 같다.

사회적인 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았을 때, 빈부격차나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는 것이 정당한 경쟁일 터인데, 그런 토양 자체가 아닌 배경에서 정당한 경쟁을 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는 옳으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 안타깝다.


언젠가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이제 아래에서 노력하여 변화를 이끌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 이전에 썩어빠진 권력자, 기득권 세력, 정책 결정자들이 먼저 정화되어야 비로소 한 개인의 노력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므로, 정당한 경쟁에 따른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윗물의 정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길복순은 딸의 말을 적어도 실천해 보려고 애쓴다.

보통 영화적인 메시지는 숨겨져 있어 관객이 스스로 읽어내도록 유도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장면에서 복순과 재영의 대화는 현실의 사회문제를 있는 그대로 꺼내어 놓는다. 이런 설정은 판타지적인 킬러의 세계를 벗어나 현실을 살아가는 엄마로서의 복순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영의 말은 분명 배울 점이 있는 올바른 말이긴 하다.

그래서 복순은 오다와 정면승부를 선택한다.


엉성해 보일 수 있는 칼싸움 장면은 달리는 전철 창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속도감 있게 연출되었다. 복순은 힘에서 밀리자 현실적인 판단으로 돌아온다.

사무라이 검에 심취한 오다를 총으로 쏴버리는 이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레이더스>(1982)의 명장면이 떠오른다. 이 장면은 영화적인 재미와 반전으로 기억되는 명장면인데, 21세기 현재에 와서는 ‘효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동시에 동양적 이미지의 칼(또는 검)과 서양적 이미지의 총의 극단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복순의 이러한 선택은 복순과 재영의 대화 장면에서 복순의 이런 대사를 통해 암시되어 있다.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은 공정하기 힘들어”


칼과 총으로 상징되는 힘의 논리, 지난 세계사와 현재 세계 힘의 권력 양상을 봐도 결코 정당한 경쟁이 가능한 세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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