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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May 18. 2023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스웜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3(2022)

√ 스포일러 엄청납니다. 걱정되시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목 : 러브, 데스+로봇 시즌3 중에서
   스웜(Swarm)

크리에이터 : 팀 밀러, 데이비드 핀처, 제니퍼 밀러, 조시 도넌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년도 : 2022년, 총 9화 완결
장르 : SF, 스릴러, 호러
등급 : 성인용




<러브, 데스+로봇>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내용의 ‘만만치 않음’이었다. 이번 에피소드 <스웜>(이하 스웜)은 그 ‘만만치 않음’을 다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우선 ‘Swarm’의 원래 사전적 의미는 ‘떼거리, 몰려들다, 군중’이라는 뜻이다. 본 작품 <스웜>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유기적인 생물체 집단’ 또는 ‘지구에 있는 곤충의 집단생활을 본뜬 우주 곤충의 집합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스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 역시 ‘생명체의 생존’과 ‘종족 보존’ 그 ‘종의 진화 내지는 확장’과 ‘다른 종에 대한 침해’이다.

사실 ‘생존’이라는 의미 자체에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실체화하여 직접 목격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이해와 사고로 나아가도록 한다.


일단 <스웜>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외계 종족의 우주선을 빌려 타고 ‘스웜’에 도착하는 아프리엘 박사. 그는 스웜 둥지에 도착해서 먼저 와서 스웜을 연구하고 있던 과학자 미르니 박사(갈리나)를 만난다. 이때 벌레처럼 생긴 생명체(톡토기) 하나가 아프리엘 박사의 발목을 문다. 아프리엘은 깜짝 놀라지만, 갈리나는 그의 페로몬 정보를 둥지 중앙에 있는 여왕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침입자인지 협력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갈리나는 만일 침입자로 여겨지면 바로 제거된다고 설명한다.


갈리나는 아프리엘에게 스웜 둥지의 곳곳을 구경시켜 주며 설명을 이어 나간다. 일부 언어를 구사하는 톡토기는 지금은 그저 스웜에 기생하는 생물에 지나지 않지만, 원래는 우주를 비행하는 종족이었는데, 스웜에 흡수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전한다.


여기까지는 사실 에피소드 <스웜>에서 전개하려는 진짜 사건을 위한 소개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리엘이 스웜에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먹이 공급자가 먹이를 안 준다는 톡토기의 말을 듣고 톡토기를 따라나선 아프리엘은, 전투형 곤충들에게 습격받고 잡혀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거기에는 갈리나의 육체를 점령한 새로운 스웜이 있었다.

지능을 갖춘, 그것도 엄청난 우주적 시간 흐름 안에서 축적된 지능을 갖춘 존재였다.


갑작스러운 사건 전개를 이해하려면, 에피소드 앞부분에서 아프리엘과 갈리나의 대화에서 아프리엘이 스웜에 온 목적을 갈리나에게 설명하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갈리나를 설득해 도움을 끌어내는 과정과 그들이 이후에 실행하는 일련의 작업을 눈여겨봐둬야 한다.


아프리엘이 스웜을 찾아온 진짜 목적은 인구의 과잉 증가로 위기에 처한 인류 세계를 구할 방법을 찾아서 온 것이었다. 나아가 인류의 기술을 이용하면 스웜에서 생산되는 유기체와 스웜이 흡수한 생명체 모두를 군인이나 노예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엘에게 스웜은 대립과 분열 없이 질서가 유지되면서도 거의 무한에 가까운 엄청난 자원을 생산해 내는 꿈과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톡토기들이 지각이 없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며 갈리나를 설득한다.

인류의 기술을 이용해, 스웜의 꼭대기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여왕만 복제할 수 있다면, 인류의 모든 고민은 일시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갈리나의 대사를 통해 언급되듯이 스웜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침략이자 속임수이며 침탈이다. 또한 아프리엘과 갈리나는 이 모든 사항에 대해 사실 결정권이 전혀 없는 엄연한 객(客)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어쨌든 최종적으로 결국 자기 종족을 인류의 노예로 만들려는 계획을,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동의할 리 없다. 아니, 당연히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생존’의 심해에는 바로 이러한 ‘위협 요소로서의 다른 존재’와의 공생이란 처음부터 함께 둘 수 없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스웜은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결국 아프리엘의 속셈을 알아챈 것이다. 따라서 필요에 의한 방어기제가 가동되면서 지능을 갖춘 스웜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웜은 이제껏 공생 관계를 잘 유지해 왔던 갈리나를, 같은 인간 종족이라는 이유로 적으로 간주했고, 그녀의 육체와 정신을 빼앗아 그를 이용해 인간의 언어로 아프리엘을 위협한다.


그 위협은 인간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아프리엘은 처음에는 ‘지식 나눔’이라며 부탁한다. 그러다가 비즈니스 형식의 타협을 취한다. 마지막에는 결국 저항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둥지의 지능을 담당한다는 이 ‘스웜’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경고였을 뿐이다.


아프리엘은 자신의 계획이 결코 침략적인 폭력의 형태가 아니라며 항변하지만, 그 오류와 오만함은 오래가지 못하고 본색이 드러난다. 스웜의 위협에 “네 도전을 받아주지. 우린 기생충이 되지 않을 거야. 인류는 달라.”라고 소리치며.

ⒸNetflix


이 에피소드 <스웜>의 감독은 이 대사를 통해 우주적인 생명체의 위협이라 할지라도 굽히지 않는 인류의 당당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반성하지 않는 인간, 용서보다는 전쟁을 택하는 인간의 헛된 본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그런 면으로 보면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 하겠다.


‘스웜’이라는 존재가 다른 생명체를 흡수해 성장한다는 부분은 따로 서술하지 않으련다. 왜냐하면 벌집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그저 평화로운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평화를 파괴하면서 먼저 건드리는 것. 그것이 단순한 장난일 수도, 위험물 제거일 수도, 꿀 채취를 위한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벌들에겐 생존을 위협하는 침략 행위 외 다른 무엇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지의 우주공간,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상상이지만, 그 내면에 숨겨진 메시지는, 실제 우리 인류가 지나온 역사와 앞뒤로 꽉 막혀버린 현재의 전 지구적 위험에 대한 인류적 차원의 성찰을 읍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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