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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May 21. 2023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과 다른 점은?

메이슨의 쥐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3(2022)

√ 스포일러 보통입니다만 걱정되시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목 : 러브, 데스+로봇 시즌3 중에서
   메이슨의 쥐(Mason’s Rats)

크리에이터 : 팀 밀러, 데이비드 핀처, 제니퍼 밀러, 조시 도넌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년도 : 2022년, 총 9화 완결
장르 : SF, 스릴러, 호러
등급 : 성인용




아! 미리 경고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무척 혐오스럽고 징그러우며 잔인한 묘사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자신 없는 분은 시청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요즘 인류의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건너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 인공지능의 비약적, 아니 너무나 빠른 속도의 확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와 동시에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미래, 정말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미래의 미국 농장은 어떨까? 여전히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며 존재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 있다.

<러브, 데스+로봇> 시즌3의 일곱 번째 에피소드인 <메이슨의 쥐>의 배경이 바로 그런 상상에서 시작되고 있다.


늙은 농부 메이슨의 농장은 다른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엄청난 크기의 곡물창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자동화된 로봇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은 첨단 미래 농업의 단면을 보여주려는 작품이 아니다. 거두어들여 창고에 저장해 둔 곡식을 훔쳐먹는 쥐와 인간, 기술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곡물창고를 드나드는 쥐들을 발견한 메이슨은 총을 들고 창고를 탐색하다가 나타난 거대한 쥐를 총으로 쏴 죽인다. 여기에서 언뜻 스쳐 지나는 장면으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표지를 보여주는데, 이 짧은 상영시간 동안에 벌어지는 엄청난 전쟁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물론 너무 금방 지나가는 장면이라 쥐들의 변이를 그저 SF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으로 치부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제공하여 그럴싸한 몰입을 유도한다.


아무튼 총을 들었음에도 일방적인 사냥이 아니었다. 무장하고 반격하는 쥐들을 맞닥뜨린 메이슨은 놀라고 당황스러워한다.


제이슨은 쥐떼 제거를 위해 ‘트랩테크’라는 방제회사의 도움을 받는데, 이 회사 매니저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대하고 지능을 갖춘 쥐 떼 출현은 결국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물이 적응의 방법으로 변이 또는 진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편의와 편리를 위한 기술은 그에 따라붙는 부작용을 항상 동반한다. 인간은 반성이나 화합, 회복과 치유보다 항상 힘으로 억눌러 잠그려는 습성으로 자연을 대해왔다.

‘트랩테크’ 같은 기업의 역할이 그것이다. 즉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오류를 인간의 힘으로 눌러 진압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가득하다.

돌에 대항하기 위해 철을, 철에 대항하기 위해 칼을, 칼에 대항해 총을, 미사일을, 원자폭탄에 핵폭탄을 만들어냈다. ‘소유’에 대한 ‘보호, 방어, 지켜내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독점’ 또는 ‘기득권’에 대한 정당화 논리로써 ‘폭력’을 강화해 온 것이다.


제거되어야 할 대상, 퇴치해야 할 적을 규정하는 자체부터 상대적이고 이념에 따른 권력 지키기이며 폭력의 시작이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 권력자의 자기 욕구를 합리화하는 거짓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인류는 때때로 ‘민족’, ‘애국’, ‘반공’, ‘이념’, ‘종교’ 등등 다양한 인류 차원의 차별에 열광하며 미친 듯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다. 도대체 그 폭력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에피소드 <메이슨의 쥐>에서 트랩테크의 쥐 퇴치 시스템은 살상을 위한 무자비한 무기로 활용된 첨단기술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리얼하게 표현된 잔인한 장면에 거부감을 느끼며 얼굴을 찌푸리고 싫은 내색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곤 빨리 잊어버리려 애쓸 것이다.


ⒸNetflix


그러나 이것을 현실에 비추어 흐린 시야를 거둬내고 보여주면, 트랩테크의 무자비한 로봇들은 기술의 격차를 벌려가는 글로벌 초대기업과 그런 기업들이 포진한 국가들이 취하는 군사적인 모습이다. 레이저와 미사일에 새총과 석궁으로 맞서는 쥐들의 모습은 정보 격차, 기술 격차에 밀려난 약소국, 고립국 또는 제3 국가들의 현실이다.


강대국은 자신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일종의 국제적인 귀족 모임을 결성하고, 지구 전체에 군림하는 왕들처럼 허가와 규제를 정한다. 자유를 열망하는 인간의 기본적 열망에 반하는 이런 행태는 결국 저항을 만나게 되고 그것은 전쟁을 부른다.


기술이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한 무기도 된다. 살상도 일상이 되면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을 걱정하기에 앞서 스스로 잃고 있는 인간성 자체에 대해 무뎌지게 된다.


지각이 없던 존재가 지각을 갖게 되는, 요컨대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쥐’를 말한다. 쥐가 지각을 갖게 된 탓은 인간 때문이다. 머지않아 인간의 욕망은 기계에게도 지각을 부여하게 될 것 같다. 죽음을 모르는 기계에게 지각이 생긴다면, 그때도 인간은 자신들의 무력을 믿고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바람이 담긴 결과를 보여준 영화일 뿐이다. 지능과 지각을 가진 기계와의 전쟁은 단 며칠 내지는 몇 시간 만에 끝날 것이다. 인류 멸종 내지는 노예화된 인류라는 결말로.


마지막에 메이슨이 총으로 몇 남지 않은 쥐를 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최종 승리를 눈앞에 둔 로봇을 쏴버리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무자비하고 맹목적인 임무 완수를 위한 기계적 그것과 다른…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그 지점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이 커다란 변화의 시기에 먼저 풀어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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