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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n 22.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2/14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제1화의 제목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이다. 우스개로 자주 했던 이야기다.

사실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① 냉장고 문을 연다. ② 코끼리를 집어넣는다. ③ 냉장고 문을 닫는다.’이다.

질문을 들었을 때는 당황스럽다가도 답을 듣고 나면 웃음과 동시에 왠지 설득력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단, 현실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어야 하는 과정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비슷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론적 설명과 실천적 현실은 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코끼리를 집어넣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 없이 무조건 ‘인턴에게 시킨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까라면 무조건 까야하는’ 사회적 불공정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1화의 배경인 ‘거산대학교병원’은 우리 사회 현실을 옮겨놓은 단면이다. 권력과 기득권이 꼭대기를 차지하고 앉아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와 패자를 선별한다.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폐기된다. 기득권은 그들의 폐기를 자기의 권력 유지의 방법으로 활용할뿐더러 부당함을 조작하여 정당화한다. 기득권은 더욱 견고해지고, 약자들은 설 곳이 없게 되는 이유다.


어린 강동주는 아버지가 사망하자 부유층 환자보다 자기 아버지가 먼저 병원에 왔음에도 치료 순위에서 밀려 사망하게 되었다면서, 분노를 뿜어내며 소동을 일으킨다. 부용주는 폭주하는 강동주를 제압한 이후 강동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진짜 복수 같은 것을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 그럴듯한 한마디는 강동주의 삶을 바꾼다. 부용주의 말 한마디는 어린 강동주의 이후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불행하게도 강동주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왜 바뀌어야 하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잘못 찾아가기 때문이다.


ⒸSBS TV


‘실력’이라는 말의 의미가 중요하다. 권력을 쥔 사람에게 ‘인정’ 받는 것으로 자기의 사회적 위치를 성공이라는 이름과 가까운 자리에 올리는 일이 ‘실력’인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주체성과 자립을 의미하는 것인지 헛갈린다.

현실을 사는 사람 대부분은 ‘실력’을 전자의 ‘성공’으로 치환해서 생각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때때로 무기력함을 느껴야 할 정도로 세상 전체가 오염되어 있고, 잘못된 과정을 억지로 정당화하며 올라선 자리에서 ‘본전 생각’으로 시작된 권력의 횡포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 똑같은 사람으로 서게 만든다.


하기야 그 짧은 한마디에 각성한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비현실적이라 하겠다. 세상 어떤 사람이 짧은 깨달음 하나로 자아와 세상을 다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게 가능하다면, 삶이란 온전할 수 없을 것이다.

수천 번 말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니 말이다. 답은 타인을 통해 경험하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진짜 심각한 것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그른 것인지 알면서도, 정말이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잘못된 선택을 한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 강동주도 그랬다. 많은 경쟁에서 선두에 서기 위해 그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린 동주가 병원 문을 열고 나서는 장면과 성인이 된 강동주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은 흔한 전환 방식이지만 아주 적절하게 쓰였다.

이 장면에 사용된 배경 음향은 주인공의 새로운 모험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면서 드라마다운 전환 효과, 즉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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