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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n 24.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4/14

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1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전체적인 배경과 인물의 소개 격인 첫 화를 알아봤다. 1화만 봐도 인물들에 대한 특징을 알 수 있고, 배경과 정황이 파악된다.

이제 나머지 이야기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특징적인 제목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글을 이어가겠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각 화의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드라마인지 알 수가 없다.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유쾌한 제목도 있고,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제목도 있고, 전문용어로만 이루어진 제목 등 다양하다. 물론 이러한 제목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낭만닥터 김사부>의 큰 주제를 향한 세부적인 파편들이다. 시즌1의 전체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1화.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

2화.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의 말로

3화. 13인의 금요일

4화. 필요충분조건

5화. 상대적 원칙주의

6화. 동기부여

7화. 불안 요소

8화. 휴머니즘의 발로

9화. 선의 경계

10화. CRUSH

11화. 심리적 엔트로피

12화. 비등점

13화. 소동의 미학

14화. 파라고니미아시스 효과

15화. 모난돌 증후군

16화. 위험부담

17화. moment of truth

18화. 원하든 원하지 않든

19화. 의인(義人)과 의인(醫人)

20화. 낭만 보존의 법칙

번외. 그 모든 것의 시작     


먼저 1화의 제목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은 앞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론과 실제가 다른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까라면 까야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너무 쉽고, 들어보면 설득력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말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오랜 시간 동안 철학적으로 논의되어 왔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논의가 실제로는 우스개로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은 그 황당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제2화의 제목은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의 말로’이다.

아드레날린(adrenaline)은 영화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자주 쓰여 이제는 일반인들도 그것이 무엇인지 대충 알고 있는, 특정 이미지로 형상화된 호르몬 물질이다.

교감 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기에 극적인 장면이나 상황의 필요에 따라 인위적인 조작을 하는 경우를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가끔 볼 수 있다.


극 중에서는 강동주와 윤서정의 감정 변화를 가리키고 있다.

너무 빠르고, 불안정하지만 설레고 흥분되는 감정. 잔잔한 물결이 아니라 격하게 퍼붓는 폭우처럼, 거대한 성난 파도가 갑자기 달려드는 것 같이. 강동주는 자기가 느낀 감정도 성격 그대로 드러냈다. 윤서정은 당황스럽다.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순진한 그녀는 철석같이 믿고 있던 선배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때로는 순수함과 솔직함이 상대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 치명적인 감정 작용은 태인호에게 순간 복잡한 감정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비참한 사고로 이어진다.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돌담병원에서 다시 만난 강동주와 윤서정.

원래 감정적인 가해에서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자인 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강동주의 등장으로 자신을 겨우 수습했던 윤서정의 평화는 하루아침에 깨져버린다. 그날의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윤서정은 결국 극단적 자해를 선택한다.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벌어진 비극은 죽은 자보다 살아남은 자가 지옥을 헤매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양심적이고 강직한 사람일수록 ‘죄책감’에 시달리며 감당하기 어려운 괴로움에 빠져든다.


ⒸSBS TV


제3화는 ‘13인의 금요일’이다. 딱 봐도 유명한 영화 제목을 패러디했다. 돌담병원의 금요일은 특별하다. 병원 응급상황을 호러영화 제목에 빗댄 것은 멋지고 재치 있다.


김사부에게 윤서정이란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서막은 이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제자들이 김사부를 향해 ‘내가 그때 김사부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되새기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드라마의 흐름을 보면 김사부의 꿈은 처음부터 계획했던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김사부가 우연히 윤서정을 산에서 발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돌담병원에 데려와 치료해 주면서, 즉 두 사람이 만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윤서정은 김사부 못지않게 의사로서 실력이 뛰어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비극적인 과거, 절망적인 현실 등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긍정적인 정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부분이 김사부와 윤서정의 운명적인 만남의 의미를 밝게 만든다.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강동주는 있을 수 없었다.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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