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지막 네오 Jun 25.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5/14

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2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제4화의 제목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상황까지 한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해버린 적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김사부와 강동주, 김사부와 윤서정, 강동주와 윤서정, 도윤완 원장과 신명호 회장, 신명호 회장과 김사부 등. 모든 인물 사이에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성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만과 불신에 가득해 자신감인지 오만함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강동주는 붙잡는 돌담병원 사람들을 외면하고 기어코 떠나려 하고, 멸시와 무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김사부 곁에 남고 싶다고 말하는 윤서정의 모습이 대비된다. 비슷한 필요충분조건 안에서도 참과 거짓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제5화는 ‘상대적 원칙주의’다.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당돌하게 묻는다.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아니면 최고의 의사입니까?’라고. 김사부가 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강동주는 김사부의 정체를 알게 된다.

결국 복잡한 상황을 뒤로하고 돌담병원을 떠나려던 강동주를 오명심이 환자를 핑계 삼아 붙잡으며 생긴, 일종의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었다.


김사부의 정체를 알게 된 강동주의 태도는 180도 바뀐다. 이런 태도는 곧바로 진료 과정에서 다시 한번 오만으로 드러나고, 김사부는 정신 못 차리는 강동주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화를 낸다. 원칙주의자가 자기 원칙을 그 상대에 따라 편리하게 바꾼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고 말이다.


제5화에서의 명언은 “실패보다 사람 더 미치게 만드는 건 후회”라는 말을 골라봤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실패해본 경험이 없다면, 그로 인해서 미치도록 후회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이쯤에서 미세한 차이지만 의미 있는 점 하나를 발견했기에 적어본다. 김사부와 오명심 간호사가 드라마 초반에는 박은탁을 ‘박간(박간호사)’이라고 부를 뿐 아니라 반말로 대하고 있는 점이다. 시즌1의 9화 이후 ‘박샘(박선생님)’이라는 호칭과 깍듯한 존댓말로 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연장자와 그보다 나이 적은 사람이 만났을 때, 친근해짐에 따라 존대에서 반말로 변화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반말로 하대하다가 깍듯한 존대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아마 작가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연기했던 당사자들도 느끼지 못할 만큼 사소한 부분이지만 ‘옥에 티’로 보인다.


제6화의 제목은 ‘동기부여’이다. ‘동기’란 ‘의사결정이나 어떤 행위의 원인이나 계기가 되는 것’을 말한다.

신회장이 거대병원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사부는 신회장을 찾아가 병원 장비를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담판을 짓는다. 신회장은 김사부의 요청사항을 처리해주려 하고 이 때문에 화가 난 도윤완은 돌담병원을 찾는다.


강동주와 김사부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윤서정과 도인범이 수술실에 들어가게 된다. 윤서정은 도인범의 규칙 위반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 하지만, 도인범은 자기 잘못이라며 책임도 자기에게 있다고 말한다. 윤서정은 오더리 주제에 왜 마음대로 했느냐고 질책하는 김사부에게 처음으로 소신껏 할 말을 다 해가며 대든다.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어떤 결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동기가 되기도 한다. 도윤완 원장의 방해 계획을 알게 된 김사부는 도윤완의 아들 도인범의 의료 규칙 위반 건을 이용해 도인범을 돌담병원으로 내려보내라고 말한다.


이제 윤서정으로 시작해 강동주에 도인범. 그리고 도인범과 함께 돌담병원으로 내려온 정인수까지 돌담병원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제7화는 ‘불안 요소’이다. 송현철이 이끌고 내려온 본원 파견된 인원들을 가리킨다. 작품에서는 이 파견의 의미를 친절하게도 내레이션을 통해 풀어주고 있다. 그것은 박힌 돌에게는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고, 굴러온 돌에게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절실함을 느끼도록 한다.

이런 구도를 기획한 권력자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 뒤에서 지시를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며 관망한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꼴이다. 호수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소리와 진동에 불안해한다. 물결을 일으키며 퍼져가는 불안은 실타래를 복잡하게 만들고, 김사부와 돌담 식구들은 그 여파에 맞설 수밖에는 없다.


제8화의 제목은 ‘휴머니즘의 발로(發露)’이다. 8화는 7화에서 이어진 수술실 인질극 상황이 이어진다.

아린 아빠(이철민 연기)는 수술실 앞에 서 있던 윤서정을 인질 삼아 수술실에 난입한다. 그는 강간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낫을 들고 수술을 멈추라고 위협한다. 위기의 순간이지만 김사부는 수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며 멈추지 않고 강행한다.


ⒸSBS TV


이 장면은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대단히 잘 살린 장면이다. 또한 7화에서 던져진 불안 요소를 한방에 잠재우는 역할까지 한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낭만의 쓰임새를 바로 살렸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위기의 수술실에 울려 퍼진 비틀스(The Beatles)의 ‘헤이 쥬드(Hey Jude)’가 모든 설명을 대신하여 더 확실한 이해와 공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SBS TV


드라마는 가끔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거기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각 캐릭터의 움직임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8화의 명장면? 음… 명장면이라기보다는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 있다.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수술실에서 발생한 인질극 상황에 대처한 것을 두고도 질문한다. 그 과정에서 김사부는 다시 한번 낭만에 대해 설파한다. 강동주는 왜 그렇게 자기를 싫어하느냐고 묻자 김사부가 이렇게 대답한다.


“나 너 싫어한 적 없다. 네 그 자격지심, 피해의식. 그런 게 좀 꼴 보기가 싫지. 그냥~ 그거 감추려고 죽자 살자 일등에만 매달리는 그 네 열등의식. 그게 좀 역겹지.”

“나름 죽자 살자 기를 쓰고 열심히 하는 중인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하셨습니까?”

“야, 일하는 방법만 알고 일하는 의미를 모르면 그게 의사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냐?”


대중문화인 드라마에서도 심오한 철학적 깨우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잊고 살던 의미. 잘 사는 방법은 알고 왜 사는지 그 의미를 모르면 그 삶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


(#6으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4/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