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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n 28.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8/14

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5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술에서 깬 강동주는 자기를 찾아 병원까지 온 어머니를 만난다. 지난밤에 있었던 술주정은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그의 앞에는 더 거대한 트라우마가 다가온다.

아직 본원에 있을 때, 강동주의 인생이 다시 한번 바뀐 그 시점으로 돌아가 본다. 도윤완의 도발에 넘어간 강동주는 자기 아버지가 당했던 똑같은 방식의 잘못을 의사가 된 상황에서 선택하고 말았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진료 순위가 밀려 사망한 환자 서명훈의 딸(박지연 연기)이 돌담병원에 나타나 병원 전체에 포스터를 붙이며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살인자’로 낙인되는 강동주. 어머니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강동주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다.


ⒸSBS TV


이를 지켜보던 김사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본원의 도윤완을 찾아가 주먹을 날리며 소리친다. 더 이상 얘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계속되면 자신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이다.


강동주는 본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탈영병의 부모에게도 진실을 담은 사망진단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스승의 무한 신뢰와 제자의 현명한 선택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한계에 봉착한 비등점을 넘기면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겨날까?


영웅은 윤리와 도덕을 모두 거쳐 지나가야 하는 길을 빌런은 다 무시하고 지나기에 항상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사부는 비등점을 견뎌왔던 것이지 용인했던 것이 아니다. 한참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악인의 위치는 언제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허위이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어벤저스>의 흐름을 따라간다. 누군가는 ‘영웅물’이라고 말 한 나의 의견에 이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어벤저스>와 같은 영웅물이다. 단지 현실적이지 않은 초능력으로 사람들을 지켜내는 영웅이 아니라 현실 안에서 상처받고 밀려나면서도 늘 다른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구해내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일깨우고 있다.


이 드라마의 다른 특징은 환자를 구하는 의사의 직업적인 의술만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김사부가 구해내는 것은 아픈 환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등한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일반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초인들도 나름의 고민도 있고 갈등도 겪겠지만, 똑같은 보통 사람이 다른 보통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나아가 생명 이상의 삶을 구하는 모습은 <어벤저스>의 영웅보다 오히려 더 영웅에 걸맞은 모습이라 하겠다.


제13화의 제목은 ‘소동의 미학’이다. 3일째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는 강동주. 피로 때문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계속 식은땀을 쏟는다. 그런 상황에서 응급실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여 응급실이 폐쇄된다.


혼자 버티던 강동주가 결국 쓰러지자 김사부는 응급실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때 윤서정이 나타나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신회장 수술 퍼스트 자리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윤서정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응급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김사부를 설득한다. 이 소동은 14화로 이어진다.


제14화의 제목은 생소하다. ‘파라고니미아시스 효과’다. 듣는 순간 이게 무슨 외계어냐 하는 생각이 드는 생소한 용어다.


응급실에 들어간 윤서정의 의지는 강동주에 대한 애정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이 소동은 13화의 제목에서 힌트를 준 것처럼 ‘소동’에 그친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작용하는 미학에 중점을 둬서 봐야 한다.


ⒸSBS TV


‘미학(美學)’은 아름다움의 본질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동에서 찾아낼 수 있는 미학이란 무엇일까? 아니, 그 이전에 인간이 진정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인간 행동의 현상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는 살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행동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어가는 자식들과 함께 있겠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감염 구역으로 스스로 들어가려고 애쓴다. 인간의 진실한 마음을 볼 수 있게 되는 계기. 그것이 바로 이 소동의 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윤서정은 꿈꾸던 신회장의 수술까지 포기하면서 강동주를 선택했다. 꿈. 그거 소중한 것 맞다. 그러나 꿈도 소중한 사람보다 우선일 수 없다. 세상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 바로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아마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이 사랑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드라마 콘셉트에 맞게 구조화된 것이라 해도, 이러한 진실성에 대한 가치는 굳이 논리적으로든, 공학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아니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알맞게 설명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내부에서 공감하지 않는 이상에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상대적인 이미지로 도인범의 거짓도 도마에 올려진다. 해보지도 않은 수술을 경험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는 것이 김사부의 레이더에 포착된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경쟁은 도저히 인정도 용서도 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다행히 소동의 원인은 메르스가 아니라 간장게장에 의한 ‘파라고니미아시스’로 밝혀진다. 소동의 미학은 그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이 가려지는 데 있다.


10화에서 홀연히 떠났던 씨앗도 돌아온다. 우연화가 돌담병원에 봉직의로 정식 발령을 받아 온 것이다. 우연화라는 인물은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처음 돌담병원에 우연히 나타난 것도, 떠난 계기도, 다시 의사가 되어 돌아온 모습까지 모두 설득력이 좀 부족한 인물이다. 아마 이때부터 박은탁의 인물 비중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그저 짝을 맞추려는 갑작스러운 인연은 누가 봐도 설정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을 남긴다.


도윤완은 점점 급해진다. 급기야 신회장의 딸이자 김사부와 악연을 가지고 있는 현정(김혜은 연기)을 불러들인다.


(#9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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