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6
제15화의 제목은 ‘모난돌 증후군’이다. ‘증후군’이라는 말은 영어로는 신드롬(Syndrom)이라 하고, 여기저기에 붙여 의외로 많이 쓰는 용어이다. 의학적으로는 공통적인 특징은 있으나 뚜렷하게 하나의 정해진 병명으로 정의되지 못한 경우에 쓰인다고 한다. 사회적으로는 쏠림 현상이나 유행의 추세에 대한 정의 형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모난 돌’은 둥근돌이 아닌 돌을 가리킨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서 ‘모난 돌’은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또는 ‘강직한 사람’을 뜻한다. 즉,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거나 심적으로 강직한 사람은 질투나 멸시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사람의 심리를 예리하게 담아낸 속담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모난 돌’은 김사부를 비롯해 돌담 식구들, 특히 김사부의 제자가 되는 젊은 의사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돌담병원에 모인 사람들은 어쩌다 보니 모두 제각각 사연이 있고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모난 돌’은 그런 공통점을 잘 담아낸 말인 것 같다.
이렇게 봤을 때 ‘모난돌 증후군’을 원래의 뜻을 적용하여 살펴보면, 각자 상처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어 모난 돌이 되었지만, 그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가 되고 함께 뜻한 바를 이루어가는 과정 전체를 현상적인 의미로 설명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신현정은 도윤완의 예상대로 김사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김사부는 신현정에게 신회장의 CT 사진을 보여주며 폐암 말기임을 알려준다.
한편, 자기 수술 실력을 한 번에 간파해 내는 강동주가 부담스러웠던 도인범은 송현철을 등에 업고 잘못된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을 집도한다. 그 수술에 어시를 우연화에게 부탁하지만, 이를 눈치챈 강동주가 자진해서 우연화 대신 수술실에 들어간다. 수술 중 강동주의 진찰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강동주는 이를 수습한다. 송현철은 ‘수술 잘못되면 네가 혼자 독박이다’라고 말하며 겁박하지만, 강동주는 훌륭하게 수술을 마무리한다.
자존심이 상한 도인범은 강동주가 자기 수술을 가로챘다며 화를 내고, 강동주는 거짓말로 수술대 앞에 서지 말라며 다그친다. 결국 두 모난 돌은 병원 복도에서 얘들처럼 주먹질까지 해대며 치고받고 싸운다.
강동주와 도인범은 학교에서 말썽 부린 학생들이 학생주임 앞에 선 꼴로 김사부 앞에 선다. 할 말이 없다는 강동주를 내보낸 김사부는 도인범에게 담담하게 신회장 상태를 말하고는 알게 된 사실을 그대로 아버지에게 전하라고 말한다. 진실은 항상 거짓을 압도하는 법. 도윤완 원장의 계획과 도인범의 행동을 꿰뚫어 본 김사부는 도인범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말이야. 두루뭉술한 돌보다는 모난 돌을 더 선호하는 편이야. 모가 났다는 건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 게 세상이랑 부딪치면서 점점 자기 모양새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그냥 뭐 세상 두루뭉술~ 재미없게 말고, 에지 있게, 자기의 철학, 자기의 신념이라는 걸 담아서 자기의 모양새로 말이야.”
그러면서 도인범 또한 하나의 모난 돌인 줄 알았지만 자기가 잘못 본 것 같다며 이제 돌담병원에서 나가라고 전한다.
정신과 면담과 감사 이후, 윤서정과 강동주는 두 사람이 만난 이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김사부가 도인범에게 말한 모난 돌 선호론을 빌려 표현하자면, 윤서정과 강동주는 여러 역경을 이겨내며 각자 자기만의 모양새를 찾아가고 있다.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면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알아가고 있던 것이다.
도윤완이 사람들은 대하는 데에 있어 김사부와 가장 큰 차이점도 이런 관점으로 보면 두드러지게 표면화된다. 도윤완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필요한 도구를 구하는 방법에서부터 다 사용한 도구를 폐기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는 항상 자기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도윤완의 이런 점은 결국 자기 아들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제16화의 제목은 ‘위험부담’이다. 신회장은 김사부를 찾아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인공심장 교체 수술을 강행하겠다는 결정을 전한다.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큼 시체처럼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삶보다는 하루라도 제대로 숨 쉬며 사는 삶이 간절하다고 말한다.
강동주를 비롯한 돌담 식구들이 수술 결과에 대한 득과 실을 계산할 때, 김사부는 이미 어떻게든 수술 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도윤완은 신현정 이사를 꼬드겨 김사부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한다. 하나는 수술 스텝 전원 교체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시연(라이브 써저리)이다. 김사부가 스텝 교체에 응하지 않을 것을 이미 예상한 제안이었기에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제목 ‘위험부담’은 신회장의 수술이 그만큼 위험하고 어려운 수술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제목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위험’ 요소는 반드시 수술 자체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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