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7
워낙 성공하기 어려운 수술이기 때문에 도윤완은 실패를 전제로 계획을 짰다. 반면 김사부는 아무리 어려운 도전이라 할지라도 자기가 믿고 있고, 자기를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도윤완의 음모는 오히려 돌담 식구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다.
‘위험’은 때로는 갈등을 빚고 있던 사람들조차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기회’로 변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영웅물에서 말도 안 되는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영웅과 그의 친구들의 모습에 경탄하며 찬양하는 태도만 취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승리한 영웅의 모습만 기억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영웅’에 대한 서사가 아니라 그저 성공이라는 이미지로 조작된 현실 세계의 흔한 롤모델에 관한 이야깃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불안 요소’나 ‘위험부담’은 당하는 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웅과 대적하는 빌런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그 두 가지는 오히려 빌런의 입장이 더 클 수도 있다. 빌런은 그런 ‘불안’ 때문에 또 다른 ‘위험’을 불러들이고, 그 ‘위험’을 뚫고 나아가는 영웅의 모습에 열등감을 느끼면서 더 깊은 ‘불안’에 빠져든다. 그 기저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보다는 항상 타인의 실패에 더 큰 만족을 느끼는 삐뚤어진 심리와 열등감 탓이 크다.
또한 우리 일상에서는 자기 자신이 빌런인지 아닌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만큼,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앞세울지언정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자기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는 돌아보지 못한다. 즉, 현실 세계의 빌런은 자기 자신이 빌런이라는 것을 대부분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과 달리 현실 세계 사람들의 선택이 엇나가는 가장 큰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의를 추구하는 또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의도가 항상 성취되는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좋은 방향으로 풀린 사건들을 생각해보자. 만일 신회장이 김사부의 호의를 기억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김사부에 대한 신회장의 신뢰 자체가 다른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윤서정을 진찰한 정신과 의사가 끝내 자기 경력을 위해 도윤완의 지시대로 결과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최감사가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고도 도윤완 원장의 지시를 끝내 이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이유에서 이 드라마를 판타지라고 말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결말로 속 시원하게 전개될 수 있는 것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하다. 사람들이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을 일들임을 알기 때문에 거기에 열광하는 것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생각하면 이런 훈훈한 내용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곧 그들의 현실에서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뜻이니 우울하고 씁쓸해진다.
어쨌든 도윤완의 불안은 급히 다음 계획을 준비하도록 만든다. 도윤완은 과거에 김사부와 악연을 가진 오성재 기자(김민상 연기)를 불러들인다. 수술 시연이 있는 당일 오기자도 돌담병원에 도착한다.
신회장의 수술이 시작되었다. 9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수술 시간을 모두의 협력 덕분에 6시간 이내로 끝낼 계획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수술 중 윤서정의 실수로 약 10분의 시간을 잃어버린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다는 말 그대로 당장 수술해야만 할 응급환자까지 들이닥친다.
제17화의 제목은 ‘moment of truth’이다. 해석하면 ‘진실의 순간’이다.
강동주와 도인범은 둘이서 응급수술에 들어가 시간 내에 끝마치는 것으로 의기투합한다.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강동주와 김사부의 수술 장면이 서로 교차하면서 표현된다. 마치 이번에는 수술 베틀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강동주는 어깨너머로 익힌 김사부의 기술을 선보이며 도인범과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도 김사부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따라 잡힐 상황에 놓이지만 침착하게 잘 마무리한다. 강동주와 도인범은 응급수술을 끝마치자마자 곧바로 신회장의 수술방에 시간 맞춰 들어선다. 그리고 곧바로 기존의 인공심장 제거에 돌입하고, 약속했던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본원에서 내려온 전문의도 깜짝 놀랄 만큼 수술은 ‘완벽’하게 끝났다.
수술이 진행되는 사이에 오성재 기자는 김사부의 사무실에 침입하여 정보를 캐낸다. 오성재 기자는 장실장과 안면을 튼 이후 자연스럽게 김사부와 대면할 자리를 마련한다. 김사부의 과거를 잘 알고 있던 그가 자신을 매도만 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고 김사부를 윽박지른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여운영 원장은 갑자기 어디론가 외출을 나가고, 오명심은 장실장을 팔랑귀라며 꾸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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