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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l 07. 2023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관하여

일상으로의 회귀 - 정치·사회편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나의 견해와 간과되고 있다고 생각되는 핵심을 지적해 말하고자 한다.


최근 대부분의 국내 뉴스를 보면, 현재의 이 상황을 좌우로 대립하는 정파적 정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아니라면 적어도 그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 또한 마치 지난 정권이 현재 정권의 일 처리를 방해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고, 원자력 전문가나 IAEA와 같은 인력이나 조직의 국제적 권위에 따라 그들의 말이나 보고서 따위가 무조건 정당한 것처럼 쓰고 있다.


해양투기 행위 자체보다 몇몇 학자나 교수들마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느니 불안정하다느니 하는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적 증명을 위한답시고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수조의 물을 떠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바보가 아닌 이상 원자력이나 핵 위험물질이 위험한 이유는,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이후로 몇 세대에 걸쳐서 그 폐해가 나타나고 사라지지 않을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임을 알고 있다.


우선 후쿠시마 핵폐기물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 이롭지 않은 물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이 폐기물은 국제 사회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다.


인류라고 해야 할까, 전 지구적 국제 사회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일본이라는 하나의 국가에서 내부의 실수로 발생한 핵폐기물을 무슨 권리로 인류 모두가 함께 지켜내야 할 바다에 투기하겠다는 것인가?

국가 단위가 아니라 인류의 누구 한 개인이라도 반대한다면 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나쁘고 위험한 행위가 아닌가? 이 지구의 바다가 미국이나 일본 같은 몇몇 강대국이나 선진국의 소유물인가?


단순하게 땅에 묻거나 바닷물에 희석해서 사라질 것 같으면 왜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걱정하는 것일까? 인류는 예전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통해서 도대체 어떤 교훈을 얻은 것인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습성은 일본의 극우만의 습성이 아니었나? 그들은 이번 핵폐기물 오염수 투기도 그 습성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고 느끼는 건 나 혼자뿐인가?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하고 식민지화해서 35년이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 보냈다. 그러나 나라를 빼앗기고 다시 힘겹게 되찾기까지의 과정에서 침탈한 일본보다도 더 괘씸한 건 친일하는 한국인, 즉 친일파들이었다. 그들이 친일한 이유는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것 이외의 목적이 없었다는 데 더 분노가 치민다.

그런데 지금 여기 21세기, 2023년 7월에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핵폐기물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원자력 산업과 관련된 전문가들이다. 이건 마치 죄가 있는 검사의 수사와 처리를 검사들에게 맡긴다거나 또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잘 지키라고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법은 더 이상 질서가 아니라 카르텔에 좌우되는 폭력이 될 뿐이다.


우리가 살면서 저축을 들거나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엄청난 세금을 들여 국방을 관리하고 군사훈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전쟁이나 재난 상황은 ‘단 한 번이라도’ 이미 발생한 후에는 예방의 의미가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가 발생한다’, ‘아니다’를 따질 것이 아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두고 옳고 그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증명할 수 없는 논쟁은 끝없는 소모일 따름이다. 물론 논쟁이나 싸움 자체가 발생하는 상황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전쟁이나 재난 방지의 핵심은 ‘발생할 수도 있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저축이든 보험이든 국방이나 외교든 간에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아직 모르는 미래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비이고, 그것은 눈앞에 실제로 발생한 ‘현실’이 아닌 현재 시점에서는 ‘예상’인 것이다. 만일 그게 ‘현실’이 되었을 때는 이미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 몇 명의 국민이라도 우리 해양이 오염되고 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한다면, 국가는 당연히 그 예상을 검토하고 거기에 알맞은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의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무작정 ‘허위’나 ‘괴담’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한 국가의 정부에서 할 일이 아니라 자기 말에 특별히 책임질 필요가 없는 ‘점 집의 점쟁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핵심은 이렇다. 일본 측의 자체 과학 보고서나 IAEA의 보고서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몇 번을 반복해도 부족할 만큼 가장 중요한 핵심‘국민이 불안해한다.’라는 점이다.

왜 국민이 불안하다는 지점을 정부나 정치 차원에서 무시하는가? 일본 핵폐기 오염수를 막았을 경우 불안해할 한국 국민이 있는 것인가?


설령 일본 후쿠시마 핵 폐기 오염수가 실제로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도, 또는 마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도! 한국 국민 다수가 불안하니까 막아달라고 하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를 어떻게 해서라도 막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일치하는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불안해하는 국민을 향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고, 국민과 반대 진영에서 하는 말은 무조건 ‘정치적 허위’이며 국민을 선동하는 ‘괴담’이라고 선 긋기 바쁘다.


이게 정상인가? 이게 올바른 국가라고 할 수 있나? 지금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인가? 편향성이고 중립이고 나발이고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대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러면 국가의 필요성은 없어진다. 정부가 왜 있어야 하나? 정치의 필요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충분히 방지하고 막을 수 있는 재난이 발생하여 사람이 죽어 나간 후에 조치하는 일련의 행위는 일종의 살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세월호 침몰이나 이태원 압사 사건의 가려진 부분을 들추어 명명백백하게 조사하자는 것이다. 이후로 비슷한 사고나 재난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니까 그러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좌익이고 우익이고 빨갱이고 애국자고 친일파고 뭐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억울하게 죽어갈 생명이 없게 하자는 것이다. 그게 다다. 다수의 국민과 유가족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다.


매번 그냥 묻고 지나가니까 또는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슈로 현재의 이슈를 잊어버리니까, 오만하고 방자해진 권력은 이제 모든 걸 그렇게 처리해 가도, 그래도 되는 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자식 잃은 부모들을 향해 “자식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막말하던 정치인은 이제야 겨우 지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정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것이 공정한가?


권력과 정치적 이해타산을 자국의 국민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정권이 어떻게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든 야든 간에 콘크리트 지지층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인가? 그럼 나머지 국민은? 진짜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 대부분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다시 동해로 흘러 돌아와 수산물에 스며들어 실제로 눈앞에 병들거나 죽어가는 사람이 발생할 미래도 걱정이지만, 그에 앞서 아직 막을 수 있는 현재에 그런 불안 요소를 아예 없애달라는 게 그렇게 큰 요구인가?

다른 것은 몰라도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일개 한 개인이 마음대로 휘둘러 댈 수 있는 장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할 거면 그 자리에 도대체 왜 앉아있나? 이유가 없다.


갑자기 얼마 전에 끝맺었던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의 #12번 글에서 인용했던 김사부의 대사가 다시 생각나 다시 옮겨본다. 그럴 거면...


“그냥 닥치고 조용히 내려와! 추하게 버티지 말고. 내려와서 네가 싼 똥 네가 치워! 됐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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