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인종적 우월함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
《총, 균, 쇠》는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다. 1998년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명저라고 칭찬이 자자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시대라서 그런지, 고개는 끄덕거려졌지만, 그렇게까지 큰 감명은 느끼지 못했다.
어쨌든 1937년생 할아버지의 학술적 집념은 대단한 것 같아 존경스러웠다.
이 책은 최근에 증보개정판이 새로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읽은 책은 낡아서 다 떨어진 2013년 판이었다.
<문학사상>에서 펴낸 책인데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오타도 보였고, 매끄럽지 못한 번역 때문인지 문장을 되풀이해서 몇 번이나 다시 읽어야 이해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용 면에서 보면 그가 왜 거장인지 이해가 갔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거시적인 시야로 무려 1만 3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문명 간 불평등’의 원인을 밝혀보려는 시도는, 그야말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이므로 다시 한번 존경심을 갖게 된다.
무려 7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문명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이 다른 문명보다 앞서갈 수 있었던 원인과 이유를 조목조목 적었는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고, 거기에서 발생한 식량 생산 단계와 식량 생산 단계에서 비롯된 문명의 발전이 주어진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냈고, 대륙의 크기와 방향, 기후, 위도와 관련된 위치, 조밀한 인구와 정치체제의 발전, 발명품 등이 다른 민족과 국가를 집어삼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는 얘기다.
책 제목이 《총, 균, 쇠》인 이유는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할 당시의 예를 들면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다른 대륙에서 아직 원시적인 원주민 사회를 이루고 있을 때, 유럽의 여러 국가는 이미 총과 병원균을 가졌고 쇠를 다루었기 때문에 철갑옷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차이는 곧 강한 민족이 약한 원주민 사회를 정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저 그런 당연한 이야기 말고, 애초에 그런 불평등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그 핵심에는 각 인종의 생물학적 우월함이 현재의 차이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데 있고, 여러 가지 요인을 포함한 지리적·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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