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를 읽고 #2/4

02. ‘통일’된 중국과 ‘분열’된 유럽

by 마지막 네오

02. ‘통일’된 중국과 ‘분열’된 유럽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은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무려 25년간 연구하며 생태학, 진화 생물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고고학 등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역사적 기록을 찾아 적절한 사례를 들었고, 명쾌하고 합리적인 추론으로 하나씩 결론을 지었기 때문이다.


워낙 오래 전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자도 ‘~할지도 모른다’로 끝내고 있는 문장이 많긴 하지만, 그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근거와 사례에 따른 추론은 나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유럽과 중국을 나란히 놓고 비교 분석하는 대목이었다. 통일된 중국과 분열된 유럽 국가들에 대한 분석은 ‘통일’이라는 긍정적 단어와 ‘분열’이라는 부정적 단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열어 주었다.


통일을 이루었지만 잘못된 지도자 한 명으로 인해서 시대를 역행한 중국은 전 세계의 패권을 스스로 놓아버린 꼴이었다. 반면에 단 한 번도 전체적인 통일을 이루지 못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물론 전쟁도 많이 치렀지만,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로 통일된 중국은 한 명의 지도자가 지배했기 때문에 그의 선호에 따라 새로운 발명도 취사 선택되는 반면, 유럽의 경쟁은 스페인이 먼저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하자 다른 국가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정복자 군단의 모습을 보이며 경쟁한 덕분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무기와 문물의 발전을 이룩한 덕분에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도 책 뒷부분에서 밝혔듯이 전 지구화된 현대에 와서는 이런 경쟁적인 발전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는데, 통일된 중국처럼 현대의 국가들은 대부분 국가 차원으로 통일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지구에서 분단된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니 말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유럽 전체를 여러 국가로 놓고 보면 분열 상태지만, 각 국가를 봤을 때는 국가적 또는 민족적인 통일을 이루고 나라를 운용하고 있다.


그 옛날, 총과 병원균으로 치른 경쟁은 이제 자본과 기술의 문제로 귀결되어 국가 간 경쟁에 돌입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도체를 기점으로 잡아 인공지능, 생체공학, 생명과학 등의 기술 발전은 거기에 따라오지 못하는 국가적·사회적 구조와 제도에 상관없이 쭉쭉 뻗어나가고 있고, 자본력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간 계층구조도 결국에는 기술과 자본에 따라 정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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