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현재 우리는 어떠한가?
그래서 우리나라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한때 생명공학으로 세계를 놀라게도 했고, 인공위성도 쏘아 올렸고, 반도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조금 뒤떨어진 부분이라면 환경 분야인데, 조그만 땅덩어리와 지정학적 위치, 많은 인구에 비해 비약적으로 도시화·산업화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2002년에 보여준 전 국민적 염원과 박근혜 탄핵 당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바람과 국민적 윤리 의식은 전 세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은 1970년대로 회귀해 ‘새마을운동’을 거론하면서 미래를 논하고 있다. 또 언론을 탄압하고, 의대 정원이나 교육과 같은 장기적 안목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부터 군부대 보직과 같은 안보적으로 예민한 사항뿐 아니라 RND 예산을 포함한 국가 예산까지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즉흥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보수 여당은 오직 선거의 손익에 따라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과거로,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
주변 국가들은 첨단과학 시대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때, 우리는 옛날 잘못된 지도자가 통치하던 중국처럼 모든 면에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총, 균, 쇠》를 읽으면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또는 인류라는 거시적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보거나 느끼면서 읽었을 텐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현실에 대한 하소연으로 마감해야 하는가 생각하며 울분이 치밀었다.
지난 세월 동안 총, 균, 쇠가 지구적 차원의 생존과 선도적 입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자본, 전자공학,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중요한 때다.
작은 지역사회 단위로 뛰어들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달려 나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합리적이고 온당한 처사일 경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한데 뭉쳐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사이를 이간질하고 분열과 반목으로 이끄는 행위가 가장 나쁘다.
특히 국민적 논쟁이 국가 발전을 위한 토론과 다양한 의견으로 풀이되는 게 아니라,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조작되는 것은 더욱 극악무도한 일이다. 명백하게 잘못된 ‘나쁨’에 중립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강요되는 ‘중립’은 허위이며 기만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부족하고 땅덩어리도 작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온통 무시무시한 경쟁국들이 가득하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통일된 중국이 분열된 유럽에 뒤처진 것이 아니다. 즉 ‘통일’과 ‘분열’이 원인이 아니라 잘못된 지도자가 문제였던 것이다.
만일 중국의 옛 지도자가 훌륭한 정책을 폈다면, 현재의 세계정세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반면 분열된 유럽의 각 국가의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썩어빠진 인물들이었다면, 서로 계속해서 전쟁이나 하다가 죽어 나가면서 유럽은 폐허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즉, 환경도 중요하고, 땅덩어리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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